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금리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발행어음 금리를 낮추며 마진율을 관리하고 있지만 투자자 확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적립식 발행어음 금리는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적립식 발행어음 금리는 연 2.5%로 한국투자증권(연 3%)과 KB증권(연 2.75%)보다 낮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마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행어음 금리를 낮추는 선택을 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인 채권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만기 적립식 발행어음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도 0.25%포인트씩 약정금리를 낮췄지만 NH투자증권의 금리 인하폭(0.5%포인트)이 가장 컸다.
중소기업 직접투자, 대체투자 등을 통해 자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마진율 하락을 막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안정성을 갖추면서도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금리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운용전략과 관련해 “고객자금 운용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성 및 유동성 관리를 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적극적 기업금융 및 대체투자 자산 편입을 통해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모험자본 공급 기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당분간 발행어음시장에서 NH투자증권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투자자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시장에서 1위를 지켜야 하고 KB증권은 신규 사업자로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판매에 주춤했지만 2분기 1조 원가량을 새로 판매하며 빠르게 잔고를 늘리고 있다.
KB증권도 발행어음을 2조 원까지 판매하겠다는 목표로 세우고 공격적으로 투자자 확보에 나서도 있다. KB증권은 8월 들어 연 5% 적립식 특판상품도 선보였다.
경쟁사들이 투자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NH투자증권도 발행어음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은 2019년 발행어음 잔고를 4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잔고는 6월 말 기준 3조5천억 원 수준이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발행어음의 잔고를 늘리려면 꾸준히 새 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데 경쟁사보다 낮은 금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그동안 발행어음시장에서 금리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왔다.
정 사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발행어음은 NH투자증권에 ‘밥’과 같이 늘 있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벤트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관련 이벤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경쟁은 부담될 수 있지만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거두고 있는 이익이 큰 만큼 한국투자증권이나 KB증권과 같은 수준으로 발행어음 금리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