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게 되면 인삼 등의 보호작물에 적용됐던 관세장벽이 낮아져 국내 인삼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누리는 KT&G의 인삼사업도 도전을 받을 수 있다.
30일 인삼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라 높은 관세율로 보호받던 국내 인삼산업은 관세율이 낮아지면 해외 인삼산업과 비교해 열세인 가격 경쟁력이 한층 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인삼공사의 수삼 상품. <한국인삼공사> |
한국인삼협회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상실은 KT&G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뿐 아니라 국내 인삼농가, 인삼제품 제조기업 등 전반적 인삼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율이 낮아져 수입문이 쉽게 열리면 미국과 캐나다가 생산하는 인삼인 ‘화기삼’의 저가 대량유통이 가능해져 국내 인삼산업 경쟁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삼과 인삼 관련 제품은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라 관세를 통한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인삼은 민감품목이라 다른 농산물보다도 높은 754.3%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지위를 읽게 되면 인삼에 적용된 관세율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인삼협회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에서 제외되면 관세율이 226% 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국 외에도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이미 국제 인삼시장에서 미국과 캐나다, 중국의 인삼의 점유율이 확대돼 상대적으로 한국의 인삼시장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인삼산업 육성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어 국제시장에서 중국 인삼과 한국 인삼의 경쟁은 점차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인삼은 대량생산을 통해 낮은 원가로 인삼을 재배하고 인삼제품을 만들어 한국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품질 측면에서 한국 인삼이 앞선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술개발이 이뤄지며 해외인삼의 품질도 날로 좋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상실로 관세장벽이 낮아지면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 인삼제품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
KT&G에서 인삼사업은 담배사업과 함께 비중이 높은 주요사업으로 꼽힌다.
KT&G는 자회사 한국인삼공사를 통해 인삼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인삼부문의 영업이익은 1964억 원으로 전체 연결 영업이익의 15.7%를 차지했다. 담배부문 영업이익은 9584억 원으로 전체 연결 영업이익의 7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삼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어서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한국의 고려인삼은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상품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인삼 제품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유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미국은 개발도상국 혜택에서 제외해야 하는 조건으로 4가지 조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혹은 가입절차를 진행하는 국가 △주요20개국(G20) △세계은행에서 고소득국가로 분류한 국가 △세계무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무역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이 조건들 가운데 2가지만 해당하는 반면 한국은 4가지 모두 해당한다.
현재 한국은 농업을 제외한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 혜택을 받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