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이 신한금융투자의 뒤를 이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열에 동참할까?
자기자본 4조 원대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발행어음사업으로 수익원을 늘릴 수 있는 데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
10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발돋움하는 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긴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이다.
자기자본 3조 원대의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는 8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 원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겨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발행어음사업 등 단기금융업을 통해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달한 자금으로 중소기업 대출이나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그동안 자기자본을 4조 원까지 불리는 데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불과 지난해 말 하나금융지주로부터 5천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받았는데 또 다시 유상증자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금융투자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앞두고 있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 만큼 올해 안에 자본확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4조 원을 넘어야 증권사가 발행어음사업 등 실제로 수익이 되는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지주 차원에서도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이 4조 원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 증권사 위주로 발행어음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하나금융투자가 하루 빨리 자기자본을 늘려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발행어음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나금융투자도 서둘러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발행어음사업을 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발행어음 수익률은 이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된 국내 자본시장 내에서 발행어음사업자가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져 후발주자는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발행어음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상증자보다는 꾸준히 순이익을 쌓아서 천천히 자기자본을 불리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우발채무 비중이 늘어나면서 유상증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는 7조1471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205%에 이르러 증권사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 단번에 우발채무 비중을 낮춰야하는 필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하나금융투자나 메리츠종금증권이 유상증자 등으로 당장 자기자본을 불리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숨에 자본확충을 하면 좋겠지만 너무 서두르다보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일부 증권사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기자본을 불려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