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이 투자된 석유화학시설 고도화 프로젝트 1단계를 마무리하고 다시 5조 원이 투자되는 2단계 투자를 결정해야 하다 보니 그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
게다가 1단계 프로젝트로 건설한 설비가 여러 차례 말썽을 부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14일 에쓰오일 관계자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26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프로젝트 준공식을 개최한다.
이날 준공식에는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이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처음으로 방한해 참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준공식에 온다면 13일 취임한 알 카타니 CEO는 취임 직후 바로 중대한 행사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문은 외교기밀이라 현재로선 외교부 외에는 알 수가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공식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알 카타니 CEO는 준공식을 앞두고 1단계 설비의 가동률을 정상화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에쓰오일은 2016년부터 정유사업에서 화학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1단계는 2016년 착공한 온산공장 잔사유 고도화시설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설비 신축 프로젝트다.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시설은 원유 정제 후 남는 잔사유에서 프로필렌, 휘발유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에서는 프로필렌을 원료로 연간 30만 톤의 산화프로필렌(PO)과 40만 톤의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한다.
에쓰오일은 당초 값싼 잔사유에서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과정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2018년 가동을 시작한 후 문제가 생겨 핵심설비를 교체해야 했다. 올해 4월에는 아예 한 달 동안 가동을 멈추고 설비를 보수했다.
다시 가동을 시작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말에는 정전으로 신규설비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가동을 멈췄다.
석유화학설비는 한 번 설비가 멈추면 보수 및 가동까지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준비기간이 걸린다. 1단계 설비가 다시 정상 가동률로 돌아와도 2분기 생산량은 기대에 못미칠 수 밖에 없다.
에쓰오일은 2023년까지 5조 원을 추가 투자해서 연 150만 톤의 에틸린을 생산하는 스팀 분해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를 증설하는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다. 프로젝트 투자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검토를 마쳐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1단계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새 설비에서 생산하는 폴리프로필렌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나프타 값을 뺀 것)가 지난 해부터 감소하는 상황이다. 폴리프로필렌 스프레드는 2018년 1분기 톤당 625달러였으나 2019년 1분기 톤당 540달러까지 떨어졌다. 가동률 정상화라는 과제를 안은 에쓰오일에 겹부담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알 카타니 CEO의 경력이 정유부문에 집중돼 있어 화학사업에 무게가 실리는 에쓰오일의 경영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정유사업에서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 1796억 원에서 56%가 석유화학부문에서 났다. 정유는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33.6%를 차지했다.
앞으로 석유화학 고도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업도 중요하지만 화학업계의 흐름을 아는 CEO가 필요한 이유다.
알 카타니 CEO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29년 동안 근무하며 아람코 얀부 정유공장 매니저를 거쳐 2016년부터 아람코 쉘 정유회사인 SASREF의 대표로 재임했다. SASREF는 하루 30만 5천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정유사 중 하나이다. LPG, 나프타, 디젤 등을 생산한다.
알 카타니 CEO는 에너지 전문 웹진 오일앤가스가 선정한 2017년, 2018년 중종 정제 및 석유화학업계 파워 50에서 각각 28위, 2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쓰오일의 전임 CEO들이 모두 아람코 출신의 정유 전문가였던 점을 비교했을 때 알 카타니 CEO의 경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람코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으로 정유 중심 회사이기 때문에 CEO들의 경력이 정유사업에 치우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임 CEO였던 오스만 알 감디나 나세르 알 마하셔, 아흐메드 에이 알 수베이가 모두 에쓰오일 CEO 부임 직전에 아시아 시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반면 알 카타니 CEO는 아시아시장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흐메드 에이 알 수베이 전 CEO와 나세르 알 마하셔 전 CEO는 에쓰오일 부임 전 아람코의 일본 자회사인 페트롤륨(SPL) 사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일본에 근무하는 동안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한국시장과 한국 문화와 관련한 경험을 쌓았다. 직전 전임자인 오스만 알 감디는 아람코 아시아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알 카타니 CEO는 앞으로 스팀 분해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 증설에 5조 원 추가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시아시장을 파악해 화학사업의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신임 CEO는 아람코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전문가로 생산공장과 해외시장 양쪽을 다 경험했다”며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가는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변화의 시기에 신임 CEO가 그 동안의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에쓰오일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