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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대관식’만 남겨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결정으로 그동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이 이재용시대를 열기 위해 숨가쁘게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와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내용적으로 삼성그룹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승계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삼성전자 회장에 오르는 일만 남은 셈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이 부회장이 올해 안에 삼성전자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맡고 있는 삼성그룹 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는 등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해 왔다. 얼마 전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나란히 야구장에 나타나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자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SDS 지분 등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더욱 늘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일부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아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이재용, 합병으로 단순하고 강력한 지배력 확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회사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결정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지분을 0.57% 소유하는 데 그쳐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합병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은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합병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3.38%까지 물려받을 경우 삼성전자의 지분 10% 정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삼성전자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더욱 단순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합병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졌다. 물론 이 부회장은 두 회사를 합병하지 않아도 제일모직을 통해 삼성생명을 움직이고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6%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4%를 지녀 20.76% 지분을 보유한 이건희 회장에 이어 2대주주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금산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의 개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지배구조는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부회장은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안정적 지배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과 삼성전기 삼성SDI 등 관계사의 지분까지 합치면 합병 삼성물산 지분율은 약 40%에 이른다. 자사주 12.7%까지 포함하면 우호지분은 52.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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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1일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 공식적인 이재용 시대 언제 여나
이 부회장은 이제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권의 형식적 승계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들어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에 올랐다. 두 재단의 이사장 자리는 지금까지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다.
특히 두 재단은 모두 합쳐 삼성생명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라는 의미와 함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라는 상징성도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증권 등 다양한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6월1일 열리는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한다. 호암상 시상식은 삼성그룹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따서 직접 호암상을 제정한 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꾸준히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야구를 관람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홍 관장이 이 부회장과 야구를 동반관람한 것은 삼성그룹의 오너일가 내부에서 장남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뒤 홍라희 리움 관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지분 계속 늘릴까
이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하나 여전히 간접적 지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3.38%와 20%가 넘는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할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분을 물려받는 데 상속세는 5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미 정당한 방법으로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곧 상속세를 제대로 납부해 경영권 승계의 적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 11.25%를 활용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팔아 이건희 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할 수도 있다.
또 당장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지 않고 삼성SDS 지분을 담보로 맡겨 빌린 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와 삼성SDS와 소규모 합병을 추진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법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규모 합병이 바로 일어나기 힘들지만 오너일가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쉽게 확보하고 양도소득세도 피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좀더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데다 삼성SDS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활용할 지분가치도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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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7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
◆ 삼성그룹 지주회사체제 전환 가능성
이번 합병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중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된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거느리는 더 단순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게 됐다.
더 나아가 정치권이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보험업법 개정 등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거나 의결권 행사가 제한을 받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합병된 삼성물산과 합쳐 삼성 지주사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또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간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킬 수도 있다.
중간 금융지주사가 허용되면 일반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사를 통해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어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라는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만들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데는 삼성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수조 원대나 되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분리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하지 않고 삼성물산의 합병방안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절차도 복잡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