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매각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매각대금으로는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지주는 우선 빚을 갚는 데 이 자금을 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롯데지주가 계열사들로부터 롯데케미칼 지분 23.24%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2조3천억 원 규모의 차입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입금을 상환해 유동성 부담을 덜면 향후 투자와 사업방향 등에서 운신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신 회장이 지주사체제 전환작업에 한층 추진력을 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한 이래 ‘뉴 롯데’의 비전으로 경영 투명성 확보를 수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미완성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금융사업 정리로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충족하긴 했지만 아직 호텔롯데 상장이 숙원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률이 99.28%에 이른다. 롯데지주가 출범한 이후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롯데정밀화학 등을 편입했으나 호텔롯데는 롯데제과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다수 확보해 여전히 지배구조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뿐 아니라 ‘일본 기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호텔롯데는 ‘뉴 롯데’의 핵심퍼즐인 셈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가 안정되려면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고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 뒤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안이 최선책으로 제기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호텔롯데 아래 있는 계열사에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 회장 역시 호텔롯데 상장에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상장을 추진한다면 롯데지주는 호텔롯데로부터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상사 등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기업공개(IPO)를 시도할 것으로 바라본다
물론 신 회장이 상장을 서두르기보다는 여유를 두고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의 매출 80%가량을 벌어들이는 면세점사업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실적은 2017년 바닥을 쳤다가 지난해 나아지기는 했으나 중국 정부의 따이공(보따리상) 관련 규제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신 회장의 개인적 상황을 봐도 아직 완전히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만큼 상장의 적기는 아닐 수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 역시 "호텔롯데 상장은 주주가 최대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점에 추진해야 하는데 아직 면세점사업이 그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매각대금을 쥐고 신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심심치않게 거론된다. 항공사업을 포트폴리오에 넣으면 유통과 물류, 면세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