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놓고 강도 높은 수사를 하면서 모회사 삼성물산으로 불똥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나온다.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했던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이 그 넓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의 한 지점을 딱 찍어서 들어간 것은 (삼성그룹의) 공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검찰이 이번에는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내고 그 밑에 숨겨져 있던 서버와 노트북을 확보했다.
5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사서버를 빼돌려 집에 보관하고 있던 직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최근 들어 수사 강도를 높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빠져나가기 힘든 증거들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박 의원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모회사인 삼성물산 역시 검찰수사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때 큰 고비를 맞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증거인멸의 구체적 증거가 나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방어논리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후폭풍을 피하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에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는데 합병 전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일뿐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옛 삼성물산의 지분을 들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합병 후 삼성물산을 향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은 검찰의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더욱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검찰의 칼끝이 삼성물산을 향하면 최 의장은 주요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 의장은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누구보다 열심히 주주들을 설득해 합병 성사를 이끌어낸 1등공신으로 꼽힌다.
최 의장은 한국인 최초로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진 자리까지 오른 전문경영인으로 2007년 삼성그룹 영입 뒤 삼성SDI, 삼성카드 등 여러 계열사 대표를 거치며 실적을 개선한 데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까지 이뤄내 ‘미스터 해결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최 의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고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만큼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 의장은 지난해 초 삼성물산 대표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와 관련한 앞으로 대응 등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