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수익성이 높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강력한 성장동력을 만들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삼성전기의 매출 의존을 낮춰 삼성 '후자'에서 탈출하려는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의 노력이 점차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일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전체 시장에서 20%에 이르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업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보고 있다.
반면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가격은 1분기에만 20%에 이르는 상승폭을 보이면서 전체 실적 증가를 주도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제품 라인업 개선을 통해 고용량의 전장용과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매출 비중을 늘린 효과로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윤태 사장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낮은 삼성전기의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라인을 전장용과 산업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설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지난해 약 6천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 중국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 건설도 마무리되면 전장용 제품의 매출 비중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 매출에서 전장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앞으로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를 통해 그동안 삼성전자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의존하던 삼성전기의 사업체질을 완전히 바꿔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과 기판,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모두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과 사업 전략에 따라 삼성전기의 실적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삼성전기가 부품 공급가격 협상에도 삼성전자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기의 전장용 콘덴서는 수익성이 다른 부품보다 훨씬 높은데다 대부분 세계 전장부품업체와 자동차기업에 직접 공급되고 있어 가격 협상에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 사장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대응해 빠르게 사업체질을 바꿔내면서 삼성전기의 삼성 '후자' 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 규모가 2017년에서 2030년까지 약 5배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기가 최근 PLP(패널레벨패키징) 기판과 무선충전 등 삼성전자와 관련이 깊은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점도 이런 체질 개선 작업의 연장선산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210억 원 규모의 무선충전사업을 중견기업인 켐트로닉스에 매각했고 PLP사업은 7850억 원을 받고 삼성전자에 양도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투자에 활용할 자금을 확보했다.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PLP사업 매각은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을 낮추려 하고 있는 방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중국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의 가동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길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기가 비주력사업을 매각해 벌어들인 자금을 적극적으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의 기술 강화와 공장 안정화를 통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과거와 다르게 사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