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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지식 향연 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한국의 메디치 가문이 되겠다고 선언한 뒤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경영 일선에 나선지 4년 만에 대학생 대상 강연은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8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대학생 2천여 명이 참석한 “인문학 청년인재 양성 프로젝트 ‘지식향연-4월 서막’에 강연자로 섰다.
강연 시작 전에 "회사 내에서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잘 들어주는 편인데 여기 분들은 그렇지 않다"며 "정용진이 강연하는데 참 재미없다, 심심하다고 카톡이나 페이스북에 올리실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편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첫 인사를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한 정 부회장은 기성세대의 미안함을 먼저 전했다. “너무 피곤하고 지쳐 있는 청춘이 안쓰럽다. 그 부분에 대해선 사회적 리더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저부터라도 열심히에 집중하던 우리 청년들에게 제대로 사는 지표를 제시하고 싶다. 그것이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다.”
그는 현실이 힘들수록 인문학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어떤 환경에서든 인생의 방향을 잡아 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왜 사는가, 무엇이 내 소명인가를 살피는 게 인문학적 성찰”이라며 “사람 마음을 읽으려는 관심과 이해가 인문학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무의미한 스펙보다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스펙(토익•학점 점수 등)이 좋은 사람이 우수한 인재라는 등식이 성립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너무 급변했다. 이제 답은 존재하지 않고 새 답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시대다. 일이든 개인생활이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통찰력과 상상력이 발휘된다.”
정 부회장은 신입사원 면접 때 높은 스펙을 가진 채용자들이 소신없이 앵무새처럼 똑같은 모범답안만 말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인문학적 소양만 갖춘다면 좋은 스펙이 더욱 빛날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졌다”며 “사원들이 획일적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면 난해하고 예측 불가능한 날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학생들이 인문학적 감수성을 가지기 위해서 ▲ 줄거리만 보지 말고 캐릭터 위주로 고전을 많이 정독할 것 ▲ ‘빨리 속도를 내다보면 꽃 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놓치기 십상이니 주변을 살필 것 ▲ 사안을 깊이 들여다 볼 것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정 부회장은 “고전을 읽으면 빠르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인내를 가르쳐 줄 것”이라며 “줄거리와 결말에만 집중하지 말고 등장인물의 감정과 우리를 비교해봐라”고 조언했다.
신세계그룹이 준비한 ‘지식향연’은 연세대에 이어 5월~6월 동안 성균관대, 이화여대, 부산대, 전남대, 제주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펼쳐진다.
정 부회장은 인문학 지원을 위해 매년 2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신세계그룹을 인문학과 문화예술 후원으로 유명한 메디치 가문처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번 강연은 매년 20억원이 지원되는 ‘인문학 전파 3단계론’ 중에서 1단계인 예비 리더 양성의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