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중소형 올레드(POLED)사업의 활로로 선택한 자동차용 올레드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날 수도 있다.
중소형 올레드 점유율 1위 기업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고 자동차용 패널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회장은 차량용 LCD 패널을 통해 확보한 고객사를 바탕으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6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차용 올레드제품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자동차시장은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시장이 점차 열리고 있어 문과 대시보드의 곡면에 따라 휠 수 있고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속도가 빠른 올레드 패널의 활용도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올레드에서 공급량 확보에 고전하며 중소형 올레드사업의 적자폭을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용 올레드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올레드시장에서 후발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스마트폰사업 비중을 낮추고 자동차용 올레드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부회장 역시 자동차용 올레드시장이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사업의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초부터 완성차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기술력 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자동차용 올레드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동차사업에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급 자동차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하면서 아우디 4세대 뒷자석 컨트롤러, 아우디 전기SUV 사이드미러 패널 등을 공급했다.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글로벌 전장회사 하만의 공격적 행보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공급을 늘리고 있다.
하만은 올해 초 베이징일렉트릭비히클(BJEV) 등 4개 회사에 디지털콕핏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의 디지털콕핏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 패널이 장착됐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
중국의 견제도 상당하다.
중국의 차이나실크로드인베스트캐피털은 최근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들어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인수했다.
재팬디스플레이가 쌓아 온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올레드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차이나실크로드인베스트캐피털은 재팬디스플레이가 경영악화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중소형 올레드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소니, 파나소닉 등과 손잡고 쌍방향 스크린(interactive screen) 수요를 선점하는 등 이미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시장에서 기반을 닦아왔다.
인수 전 재팬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올레드 양산시점은 2021년 이후로 알려졌으나 중국 컨소시엄이 자동차용 올레드 쪽으로 사업 확대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양산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회장은 이에 맞서 LG디스플레이가 자동차용 LCD시장에서 확보해 온 고객사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현대기아차, 다임러 벤츠, BMW, 토요타, 혼다, 테슬라, GM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꾸준히 준비해 온 롤러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혁신 올레드 패널을 놓고 자신감도 나타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초 열린 ‘CES 2019’ 행사장에 마련한 비공개 전시관에서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탑승자가 차량 천장을 통해 영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매립형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력도 출시 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24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안에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롤러블, 크리스탈 사운드 등 LG디스플레이만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여러 패널을 선보일 것”이라며 “우리가 올해 내놓은 자동차용 제품에서 경쟁사의 위협요소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