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의 발언은 2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여년 만에 최저치인 '–0.3%'로 발표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받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6일 앞으로 채권 투자전략을 놓고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대응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실제 금리를 낮추지 않더라도 소수의견은 등장할 것이며 소수의견이 확인되면 채권시장은 자연스럽게 7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노기모리 미노루 노무라증권 연구원도 25일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았다는 점과 수출부진까지 고려해 한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낮춘다”며 “한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경기부양책만으로는 경기역풍을 막아내기 어려워 정책결정자들이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 공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2020년 1분기 말까지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춰 연 1.25%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놓고는 여전히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1분기 경제성장률 부진의 주된 원인이 설비투자와 정부 기여도의 감소에 있으므로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 둔화 등으로 1분기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고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도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며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며 세계적 경제여건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정부의 정책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25일 국회에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라는 경기부양 방법을 아껴두려는 것은 기준금리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되는 데다 물가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점,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른 수단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금리 인하는 최대한 미뤄 두겠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에 강한 경계감을 보여왔다.
이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이고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며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수준이라는 경고도 나오는 데다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부채의 증가율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놓고 꾸준히 "거시경제 상황,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부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 올해 4분기에는 이 총재도 금리 인하를 놓고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이르면 올해 4분기 중에, 늦으면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1분기 경제성장률 쇼크를 고려하면 10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 뒤인 11월 중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