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삼성바이로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 속도를 붙이면서 김 사장의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김 사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물증과 증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불러 조사했는데 이들은 “주식 매수청구권(콜옵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조사와 행정재판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고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까지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두고 그동안 회계법인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아 장부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회계사들의 진술처럼 회계법인이 콜옵션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면 고의적 분식회계가 아니라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25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또 4월 한 달 동안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을 3차례나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이 관련자 진술도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다음 차례는 사건의 핵심인 김태한 사장이 될 공산이 크다.
김 사장은 분식회계 의혹이 삼성그룹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모든 회계처리를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전면부인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검찰수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논리에 균열이 생겨난 만큼 김 사장이 계속 같은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이 삼성그룹 윗선으로 검찰의 칼날이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의 구속 여부는 29일 결정된다. 김 사장의 검찰 소환은 이르면 5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해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그룹의 '꼬리 자르기'를 우려하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용진 의원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삼성이 주장해왔던 논리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