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사업에서 공격적 성장목표를 뒤로하고 수익성 중심의 새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에서 큰 적자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적자 축소와 기술력 확보가 우선과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마이크론에 이어 낸드플래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을 줄이는 감산 결정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36단과 48단 3D낸드 생산을 중단하고 지난해 완공한 청주 M15 반도체공장의 양산속도도 계획보다 늦출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석희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 성장전략에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이 5위에 그치고 있어 D램 단일 상품에 반도체사업 실적을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동안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꾸준히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4조 원가량을 들여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했고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운영되는 M15 공장에는 20조 원에 이르는 시설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투자를 축소하는 것 뿐 아니라 생산량 감축까지 추진하면서 이런 기조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을 지난해보다 1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웨이퍼 투입을 5% 줄이겠다고 발표한 점과 비교해 더 공격적 수준이다.
시장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0.6%로 5위에 그쳤다. 2017년과 비교해 4위 마이크론과 격차는 더 벌어졌고 6위 인텔과 격차는 좁혀졌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올해 꾸준한 시설투자와 공장 가동을 통해 출하량을 경쟁사보다 적극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일단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을 피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영업손실 8140억 원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연간으로는 적자 1조6천억 원가량이 예상된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과 M15 반도체공장 가동 비용 등이 맞물려 대규모 적자를 이끌었다"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늘리면 가격이 더 떨어지고 공장 가동비용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적자 축소를 위해 생산 감축을 피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새 공정기술 도입을 앞당겨야 할 필요성이 커진 점도 배경으로 파악된다.
▲ SK하이닉스의 96단 3D낸드 반도체 솔루션. |
삼성전자와 도시바메모리,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플래시 선두기업은 모두 지난해부터 96단 3D낸드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아직 96단 3D낸드 양산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에 있는 만큼 시설투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96단 3D낸드의 생산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2분기부터 초도 판매를 시작하고 3분기부터 본격 판매 확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당분간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설투자를 자제하고 96단 3D낸드 기술의 완성과 차세대 128단 3D낸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SK하이닉스는 이미 96단 3D낸드 양산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늦어졌다"며 "기술 추격에 빠르게 속도를 내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