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는 또 다른 형태의 규제일 수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5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벤처기업 창업과 육성을 위해 신기술 제품이나 서비스에 규제 적용을 면제하거나 미뤄주는 규제 샌드박스 이상의 실질적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육성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최근 일부 민간 팁스 운영사가 스타트업 창업에 관한 투자능력과 보육역량이 미흡해 창업 예비자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운영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팁스는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을 발굴해 자금과 업무공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나 벤처캐피탈 등 민간 운영사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면 정부가 평가한 뒤 자금을 지원하는 민간 주도 방식의 창업 지원사업이다.
김 의원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팁스에 참여하는 운영사들의 질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벤처기업 창업과 육성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려고 하나?
“입법상 규제가 돼 있어 제한된 것을 풀어주는 게 스타트업을 위한 최고의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기업에 관한 규제권한을 계속 쥐고 있으려는 구태의연한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제한 분야 외에 규제를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한 것 외에 허용하는 방식)로 전환해 스타트업들의 창의적 발상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김 의원은 미국 사례를 스타트업 육성의 모범으로 들었다. 미국에는 불필요한 규제가 없어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기획하고 펼쳐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정책이 없어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쥐고 있는 규제를 풀어줘 기업들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만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바라봤다.
- 팁스에 참여하는 운영사를 취소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는 무엇인가?
“팁스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사업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팁스에 선정됐다고 하면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팁스사업의 성과가 크다보니 정부가 예산을 더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과도한 예산 투입이 팁스사업을 망칠 수 있다.
팁스사업에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운영사가 필요한데 역량 있는 운영사는 정부가 예산을 늘린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해마다 팁스 운영사의 질적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2018년 지정된 팁스 운영사 가운데 단 한 곳의 스타트업도 발굴하지 못한 곳도 있다. 그래서 팁스 운영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필요한 것이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팁스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1062억 원이었다. 2019년에는 팁스 예산으로 1454억 원을 책정했다. 예산을 늘려 더 많은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팁스 운영사의 질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3년 처음 팁스 운영사를 선정했을 때 최하 점수가 83.5점이었다. 하지만 2018년에 선정된 운영사 최하 점수는 61.2점으로 크게 낮아졌다.
김 의원은 “양질의 운영사를 확보하지 않고 무작정 예산을 늘리고 보육 스타트업 수만 늘린다면 성공적 정부사업으로 평가받는 팁스가 망가질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 팁스사업 운영자의 보육역량이 미흡한 사례 가운데 어떤 게 있나?
“가장 많은 스타트업을 보육하는 운영사는 24개 기업을 발굴해서 육성했다. 반면 6개 운영사는 1곳만 발굴했고 1개 운영사는 아예 발굴과 육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영사 중간평가에 따라 지정취소가 된 운영사는 1곳 밖에 없다. 한번 운영사로 선정되면 사실상 지위가 보장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팁스 추천을 조건으로 보육업체에 컨설팅 수수료와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부정행위를 한 운영사도 적발된 적 있다”
2013년 팁스가 시작할 때 운영사 5곳이 보육업체 17곳을 담당했다. 이때 운영사들은 최소 2개 기업에서 최대 5개 기업을 보육했다.
하지만 2018년에 운영사는 44개, 보육업체는 256개까지 늘었다. 팁스사업의 외형은 크게 늘어났지만 내실은 약화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 팁스제도의 다른 문제점은 없는가?
“팁스는 단순히 예산을 더 투입한다고 바로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아니다. 보육업체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면 정부가 추가 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질의 운영사 확보가 예산 투입보다 중요한 것`지만 50%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 신규사업을 못한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운영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 중기부에 문의해 본 결과 팁스 운영사 선정과 평가, 통제가 내부 규정에 따라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팁스 운영자 선정기준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19조의 8, 제2항에 규정돼 있다. 반면 운영자 취소 규정은 없어서 보육역량이 부족한 운영사도 한 번 운영사로 선정되면 어지간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퇴출당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퇴출 근거를 마련해 선정 규정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일정 규모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운영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해 팁스 운영사의 역량을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김 의원은 1962년생으로 충청남도 보령 출신이다. 서울시립대 법정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도시행정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변호사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국민의당 원내대변인과 사무총장을 지냈다. 현재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