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행장이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KT가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는 케이뱅크의 20개 주주사에 지분비율에 따른 신주를 배정한 뒤 청약을 거쳐 4월25일 주금을 납입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케이뱅크는 소액 주주사들이 많아 보통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할 때마다 주주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 4월 유상증자에서도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KT가 이를 인수해 케이뱅크의지분율을 10%에서 34%로 높이며 증자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지난해 12월 975억 원 규모로 이뤄진 유상증자에서 실권주를 인수해 9.9%의 지분을 확보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KT는 케이뱅크의 증자를 감당할 자금력과 지분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모두 지니고 있지만 문제는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 동안 금융, 조세,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다만 이 규정에는 금융위원회가 위반을 경미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예외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KT는 2016년 3월과 9월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각각 7천만 원,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심 행장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금융위원회가 '악의'를 담지않은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한 뒤 금융위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심사결과를 두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관한 관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들이 오히려 심 행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네이버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들의 태도는 정부가 기대한 것보다 잠잠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마저 제동을 건다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통과시킨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통과는 이번 정부가 금융산업에 내놓은 가장 큰 정책 가운데 하나”라며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흥행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과거의 잘못을 경미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