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뜻밖의 인사가 이뤄졌다. 시한부 체제인 고재호 사장이 부사장들을 대거 물러나게 한 것이다.
이같은 부사장단 인사를 놓고 업계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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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외부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고 사장이 경쟁자를 정리하고 연임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도 고개를 든다.
대우조선해양은 4월 1일 비상경영체제 돌입과 함께 인사조직 개편안을 발표한다.
개편안에 박동혁 부사장과 고영렬 부사장 등 부사장 4명의 보직해임이 포함돼 있다. 박 부사장과 고 부사장은 고 사장의 후임 사장으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이로써 내부 인사의 사장 승진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사라졌다. 전무에서 사장으로 파격적 발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우조선해양 내부에 차기 사장에 오를만한 인물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번 인사안을 놓고 산업은행이 외부 인사를 보내기 전에 갈등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 사장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부사장단도 모두 교체해 완전한 인적쇄신을 이루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공신이나 다름없는 부사장들이 남아있을 경우 새로운 외부 출신 사장이 와도 뜻대로 경영하기 쉽지 않을 수 있어 갈등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 고 사장이 최후의 한수로 경쟁자 제거를 결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체가 확정되기 전부터 일부 부사장들의 후임 가능성이 거론되며 고 사장의 입지가 흔들렸기 때문에 스스로 내부 승진 가능성을 없애는 쪽으로 인사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고 사장이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 산업은행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사장단 전면교체와 같은 중대한 일을 임시로 사장직을 맡고 있는 고 사장이 단독으로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식이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고 사장의 비상경영체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부사장단 퇴임으로 고 사장은 흔들리는 입지를 다지고 경영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고 사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지만 후임 사장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고 사장의 유임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일단 산업은행은 5월 주주총회까지 고 사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선주사들로부터 수주를 받아야 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임기가 2개월 남은 사장이 회사를 이끌어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고 사장에게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주고 경영활동을 이어가도록 한 다음 내년 주총에서 후임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 사장이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임 사장으로 거명되던 부사장들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고 사장으로서 차기 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쟁자들을 부사장으로 두고 경영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후임 사장 후보군조차 오리무중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두 달이든 그 이상이든 고 사장 체제에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제 고 사장 연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