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은퇴 계획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이승용 기자>
서 회장은 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부터 직원들에게 내가 은퇴하는 시점을 2020년 말로 알려왔다"며 "올해 시무식에서도 직원들에게 '난 마지막 2년을 시작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은 2021년부터 전문경영인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중에 지분은 자식에게 물려주겠지만 셀트리온그룹은 소유와 경영이 원칙적으로 분리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직원들도 내 말이 잘 안 믿겨지는지 익명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지켜지겠어?"라고 글을 썼는데 내가 비서를 시켜서 "지켜봐"라고 댓글을 달라고 시켰다"며 "내 아들에게도 '오너는 할 일이 하나 있다. 씨앗을 심어야 한다. 이삭을 주우면 안 된다. 미래에 투자를 하면서 실제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은퇴 이후에 계획을 미처 세우지 못했으나 우선 잠을 많이 잘 것이고 두 번째로 TV예능 '도시어부'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은퇴에 앞서 셀트리온을 2020년 말까지 개발-생산-유통 및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바이오제약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서 회장은 이날 그가 설계했던 5단계 로드맵 '셀트리온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는 '자체 기술력 확보'이고 2단계는 '의약품 개발 역량 확보와 제품 라인업'이다. 3단계는 '상업화와 글로벌 임상 진행', 4단계는 '생산기지 다원화', 5단계는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이다.
그는 "여기까지는 창업주인 내가 하고 다음부터는 전문경영인들이 하라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서 회장이 보기에는 셀트리온은 현재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과정에서 셀트리온의 경쟁력을 최고로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기술 도입이 전혀 없고 핵심 엔지니어링 모두 외국인 없이 한국인들로 구성됐다"며 "그런데도 기술력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35년까지 필요한 25개 의약품 개발라인업을 구축했으며 임상 경쟁력에서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통계데이터가 정확하게 나오는 디자인을 하는 능력이 세계 다국적제약사와 붙어도 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셀트리온이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피하주사형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의 임상기간을 4년에서 2년6개월로 줄일 수 있었다고 봤다.
셀트리온은 2018년 말 유럽의약품청(EMA)에 세계 최초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SC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서 회장은 "우리가 기술력에서나 임상 디자인, 판 매허가 받는 능력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생산수율은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셀트리온이 해외로 생산을 다변화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직판체제를 구축하는 다음 단계 목표에 도전하고 미련 없이 2020년 말 물러나겠다는 계획을 거듭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죽어라고 달려왔던 이유는 여기(5단계)까지는 내 손으로 완성할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샐리리맨에서 그룹총수까지 와보니까 중요한 것은 나갈 때를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회장 그만두기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후배들에게 자신있게 물려주고 떠나려고 한다"며 "요새 다른 그룹 회장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은퇴 이후를 놓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예전 대우차 직원들이 취직이 안 돼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돌아봤다.
그는 "처음에는 망하지 않으려고 아웅다웅 사업을 하다보니까 점차 안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에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돈을 번 이후에는 회사보다 나라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업으로 받은 심적 스트레스가 상당했음을 털어놨다.
서 회장은 "사실 사업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며 "직원들과도 다시 사업을 한다면 바이오사업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은 얼마 안 되는 데 주식 평가액이 포브스에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부자라고 해서 내가 주변에 '야 우리 두 번째 부자라고 하는데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며 "그랬더니 '두 번째 부자가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 조사 들어온다'고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스코어 만들려고 돈버는 것도 아니고 5천억 더 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1조 원을 더 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 회사는 제 회사가 아니고 우리 주주들의 회사이고 직원들의 회사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그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괜찮으나 셀트리온 회사만은 응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세운 이 셀트리온이라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일했으면 좋겠고 그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랑해주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 회사 하나가 1400조 원 시장에서 정상에 설수 있다는 것은 한국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라며 "9부 능선에 온 거 같고 2019년과 2020년만 가면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응원의 목소리를 내달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