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는 크게 보로금(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적용시점, 점심시간 보장,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확대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여러 사안에서 의견 차이가 큰 만큼 합의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연합뉴스>
2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귀상 경영지원그룹 대표 부행장은 최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임단협과 관련해 회사의 뜻을 조목조목 밝혔다.
담당 부행장이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내 이메일을 보낸 건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조가 파업 절차를 밟고 있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직접 직원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행장은 우선 보로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합의에 기반해 관련 제도를 신속히 정비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부행장은 “매년 계속되는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과이익분배금 지급과 관련한 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올해 보로금을 놓고 경영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은 올해 경영목표가 얼마인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을 놓고도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부점장들이 평균 5.5개월 임금피크제를 먼저 시작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1964년 생 직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내년 1월 또는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 부행장은 “승진해서 영업일선에 나선 부점장들이 임금피크제에 진입할 때나 희망퇴직 때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점장과 팀장급 이하 직원의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이 일치되도록 제도 개편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미 산별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진입시기를 현재보다 1년 연장하기로 한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쟁점은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이다. 노조는 점심시간 1시간 동안 PC오프제를 통해 완전히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 측은 점심시간에 못박지 않고 전체 휴게시간 1시간을 보장해주겠다며 설득하고 있다.
전 부행장은 “고객을 대면하는 은행업의 특성을 볼 때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고객 불편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성과 저하, 근무환경 악화 등 악순환의 위험요소도 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영업점에 몸 담은 적이 있는 한 직원 역시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다가 점심시간이 됐다고 해서 PC를 무조건 끄라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 노사는 점심시간 1시간 보장에 합의했다.
마지막 쟁점은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다. 사측은 전 직원 확대를, 노조는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 부행장은 “2000년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이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현행 기본급은 성과 및 역량과 무관하게 연공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로 동기 부여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 안건대로라면 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기본금이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24일 오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해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조정회의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26일 여의도 본점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찬반투표의 수순을 밟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