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위기에 직면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선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 홍보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최근 논란이 번지고 있는 품질 문제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30일 개최되는 ‘LA오토쇼’ 행사에 앞서 28일 열리는 ‘오토모빌리티LA’ 행사에서 플래그십(기함) 대형SUV 팰리세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북미 자동차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는 차량으로 기존 대형 SUV인 맥스크루즈와 베라크루즈를 계승하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개발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역량을 팰리세이드 출시에 모두 동원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팰리세이드 공개 행사에 직접 참석해 홍보활동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90’ 출시 행사를 제쳐놓고 미국으로 향했을 만큼 팰리세이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대외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를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선정해 팰리세이드 지명도 높이기에 힘을 실었다.
27일 미국 LA웨스트헐리우드에서 팰리세이드가 추구하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현대 스타일 나이트’ 행사를 열어 문화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팰리세이드의 성공적 출시를 위해 현대 스타일 나이트 행사에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패션·음악계 글로벌 유명인사는 물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수백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팰리세이드 출시가 미국사업 부진을 끊어낼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해마다 75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았다. 하지만 2017년 판매량이 68만 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65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단 위주로만 라인업을 구성해 수요가 급증하는 SUV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팰리세이드 출시가 현대차 미국법인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현대차는 바라본다.
자동차업계의 관심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에 집중돼 있지만 정 수석부회장 시선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대차 미국법인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현지법인의 운영 상황과 현안 등을 보고받은 뒤 시장 대처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리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뉴욕 검찰은 현재 현대기아차의 리콜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2019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기아차의 책임이 인정되면 8조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증권가 안팎에서 나온다.
현대차가 한 해 내는 영업이익이 3~4조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리콜이 현실화하면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9월에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길에 동행하지 않고 미국을 방문해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정부 주요 인사와 만나 관세 문제에 호혜적 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보호주의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현대기아차 자동차의 관세 폭탄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