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기업보험을 총괄할 임원으로 골드만삭스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던 최석윤 서울대학교 겸임교수를 사장으로 선임하며 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존에는 윤종십 메리츠화재 전무가 기업보험을 총괄했는데 이번 인사로 최 사장이 새롭게 총괄하게 됐다. 최 사장은 강영구 윤리경영실장 사장과 함께 두 명의 사장체제를 꾸리며 메리츠화재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된다.
김 부회장이 직접 최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사장과 김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이 오랜 기간 증권사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안면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가 취약한 기업보험분야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짜기 위해 다양한 금융업에 종사해 경험이 풍부한 최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사장이 최근까지는 학계에 몸 담고 있었던 만큼 기업 네트워크를 통한 단기성과를 노렸다기보다는 장기적 성장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동반자’로 최 사장을 영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JP모건, 대우증권 등에서 주로 투자금융(IB) 업무를 맡아왔으며 이후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바클레이즈캐피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증권 및 파생상품, 구조화상품 등의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가 그동안 ‘파격 영업방식’으로 개인보험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봤지만 더 이상 큰 폭의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독립보험대리점(GA)에 소속된 설계사들에 파격적 시책(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숨에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위협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9월 기준 메리츠화재는 장기 개인보험에서 매출 99억 원을 내며 업계 1위인 삼성화재(103억 원)을 바짝 따라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삼성화재와 이 부문에서 매출 차이가 30억 원 넘게 났지만 점차 차이를 좁힌 것이다.
하지만 삼성화재 등 대형 보험사들도 독립보험대리점 채널 강화에 나서고 있는 데다 수수료 및 시책경쟁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만큼 김 부회장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눈길을 돌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보험시장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그룹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꾸리는 대형 보험사를 제외하고 뚜렷한 시장지배자가 없다는 점도 김 부회장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이전에 대표이사를 맡았던 메리츠종금증권이나 메리츠화재 등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에서 탄탄한 실적 성과를 냈다. 이를 인정받아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와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한다”며 “이번 인사를 메리츠화재가 기업보험사업이라는 분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