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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위 기타리스트이자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신대철 |
삼성전자가 얼마 전 내보낸 밀크뮤직 광고에 음악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밀크뮤직 광고에 유료 음원 서비스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밀크뮤직은 지난달 3일 공식 페이스북에 “넌 아직도 돈 내고 노래 듣니”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는 “노래 들으며 즐길랬더니 돈 내놓으라고 닦달” “이 앱을 깔지 않고 버티다 호갱이 되지 말라”는 등 맞춤법도 맞지 않는 문구들을 사용하며 무료 서비스임을 강조했다.
음악인들은 “이런 표현들은 저가형 음원 서비스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개선책을 요구해 온 다수 음악인들의 고통어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밀크뮤직은 이 광고를 하루 만에 삭제했다.
이 일은 음원시장에서 위기로 몰리고 있는 음악인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1곡당 1원도 못 받아
멜론이나 지니와 같은 음원서비스업체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면 1곡당 6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가운데 2.4원 정도를 스트리밍업체가 차지한다. 밀크뮤직은 스트리밍업체이고 밀크뮤직의 음원 유통사는 소리바다다. 멜론의 경우 스트리밍, 음원 유통을 모두 하고 있다.
남은 3.6원을 유통사에게 정산해 주면 유통사는 수수료 20퍼센트를 떼고 약 2.1원을 제작사에게 정산한다. 이 가운데 저작권료는 0.6원, 실연권료는 0.36원이다. 실연권은 가수나 연주자, 배우 등 저작물을 직접 공연하는 사람의 권리이다.
음악의 1차 생산자는 1곡당 1원도 못 받는다. 음악 1곡은 이쑤시개 하나 값인 2.1원보다 싸다.
인기가수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 아이돌 그룹 엑소(EXO) 의 음악 1곡을 멜론에서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멤버 1인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0.018원이다.
한 곡을 6원이라고 치면 음원서비스업체가 40%, 제작사가 44%, 작사 5%. 작곡 5%, 가수 3%, 연주 3%로 배분된다. 엑소는 멤버가 10명이기 때문에 0.18원을 다시 1/10로 쪼개야하기 때문이다.
음원을 다운로드 한다고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균 한 곡을 다운로드받는 데 600원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 음원서비스업체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묶음상품’으로 팔며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결국 할인가에서 배분이 이뤄져 제값 받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멜론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3개월 할인특가’ 이벤트를 보면 ‘무제한 듣기+무제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3개월 동안 한 달에 4900원만 내면 살 수 있다. T멤버십을 이용하면 여기서 30%가 추가로 할인돼 3430원만 내면 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약 9주 동안 286만5350번의 다운로드와 2732만9768회 스트리밍됐다. 그러나 음원 수익은 고작 3600만 원에 불과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신해철의 전곡은 음원서비스사이트에 따라 250곡, 프로듀스한 곡까지 합치면 461곡이 나온다. 이를 다 구매하려면 4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그런데 다 구매해도 창작자 신해철의 몫은 5500원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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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크의 광고를 비판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정문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 |
◆ 바른음원협동조합 만든 신대철의 개탄
음악인들은 음악을 만들어내지만 가격 선택권이 없다. 현 상황에서 그들은 음원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들은 투잡, 쓰리잡을 뛰지만 먹고 살기도 벅차 음악 생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뮤지션유니온 정문식 위원장은 “음반을 내거나 음원을 내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다음 음반을 준비하기 위한 재생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국내 음원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나섰다. 그는 지난해 7월 음원유통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주도적으로 ‘바른음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은 “실용음악과에서 강의를 시작한지 10년 가까이 됐다”며 “어느 날 내가 사기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자들 졸업하면 십중팔구 실업자가 된다. 나는 그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스승이지 않은가. 죄책감이 들더라. 제자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 이사장의 말이다.
신 이사장은 값싼 음악 제공에 중점을 둔 국내 음원시장이 유지된다면 결국 소비자도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라이프사이클은 이틀도 안 된다. 정성을 다해서 음악을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치고 빠지기를 통해 매출 올리고 사라지는 게 패턴이 됐다. 그러다보니 실험적 시도는 줄어든다. 자기복제성 음악이 판친다. 이 바닥을 떠나는 가수도 많다. 이러다 옛날 홍콩영화처럼 몰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신 이사장의 개탄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바음협)은 현재 음악 소비시장 체재에서 생산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음협은 설립 취지에서 “창작자나 제작자에 의해 생산된 음악 콘텐츠가 시장에서 소비되면 이 때문에 수익이 창출되고 그것으로 창작자와 제작자는 다음 창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음협은 “현재 음악 콘텐츠에서 수익이 창출 되어도 수익분배구조의 불균형으로 음악 콘텐츠의 실 생산자에게 수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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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16일 바른음악협동조합이 출범했다. |
◆ 공정한 플랫폼을 내놓을 수 있나
바음협 설립자들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협동조합의 형태를 선택했다.
바음협은 “자본구성체가 아닌 생태계 내의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나가는 인적구성체인 협동조합이 불균형에 따른 황폐화된 음악생태계에 균형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바음혐이 전개하는 사업은 바른 음원 유통정책 확립과 전파, 뮤지션 조합원 지원, 디지털 음원 서비스 플랫폼 개발, 디지털 음원 및 대중문화 콘텐츠 대리중계, 조합원 간의 네트워킹 및 비즈매칭이다.
바음협은 3월 기준으로 1652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조합원 가운데 15~20% 정도가 음악인이다. 신대철을 중심으로 가수 남궁연, 리아, 힙합듀오 '가리온' 멤버 MC 메타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음협은 올해 1월 두 차례의 음원정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조합원 모집에 열중하고 있다.
바음협 토론회는 지난 1월14일 열렸는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이날 신대철 바음협 이사장과 MC메타는 이른바 일'바음협 송'으로 40여 초 길이의 곡 '뮤생'을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했다.
이 곡의 랩은 “우리가 다시 뺏어올까?/ 너네가 뺏은 걸 다?”라고 시작해 “LP, CD, MP3 시대를 거스를 순 없어 음원 스트림/ 먹고 살 권리는 우리 건데, 왜? 하!~”로 이어지며 그동안 빼앗긴 창작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바음협이 생긴 이래 구체적 계획과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바음협 관계자는 “당초 올해 상반기에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힘이 부친다”며 “신중하게 준비해 차별성이 있는 플랫폼을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신대철은 바음협의 플랫폼에 대해 “기존의 플랫폼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며 “그곳에서 지금과 같은 수익배분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고 스트리밍업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제작사의 음반을 메인화면에 걸어놓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