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검은 목요일’을 지났더니 ‘피의 금요일’이 찾아왔다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미 진입했다는 불안한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13일 국내 증권가에서 코스피지수를 놓고 부정적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윤여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불안심리가 저유가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위기 초입 국면까지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염병 공포가 글로벌 교역과 서비스업 충격을 불러올 것으로 판단돼 실물경기 역시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뉴욕증시는 현재 고점 대비 -27% 전후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며 “이와 비슷한 낙폭을 보였던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대공황과 같은 사례까지 대비해야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국지적이고 일시적 충격으로 제한될 것으로 봤던 코로나19의 충격파는 이제 과거 글로벌 시스템리스크 당시에 견줄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백약이 모두 무효한 상황에서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1600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점을 전망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 코스피지수가 1100포인트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SK증권은 최악의 상황으로 금융위기를 상정하며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가는 -50% 수준까지 급락한다”며 “올해 코스피지수 최고점이 2267이었는데 이를 적용하면 1100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SK증권은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앞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이주열 총재가 회의 참석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4월 정례회의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한 번에 0.5%포인트 금리를 내려 미국과 영국의 이른바 ‘빅 컷’ 행렬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는 16일부터 6개월 동안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연기금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책 무용론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주요국의 주가 폭락 배경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있다는 것이다.
윤여상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여건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해 제한적”이라며 “실물경제를 자극하는 재정정책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적극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망감으로 뉴욕증시는 33년 만에 최악의 폭락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를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