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18-10-19 16: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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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중동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중동 수주는 6월 출범한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의 존재 이유를 입증할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허 사장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 허경구, 중동 수주 회복해야 존재감 확인
허 사장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1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떠난 중동 지역 건설·인프라 수주 지원을 위한 출장을 마치고 19일 귀국했다.
▲ 허경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
김 장관은 이번 출장을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떠났는데 허 사장은 공공기관장 가운데 유일하게 출장에 동행했다.
이번 출장은 허 사장이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출범 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사실상 처음 떠난 해외출장이기도 하다.
중동은 2014년 이후 줄어든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인프라 수주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국내 건설사는 2010년 중동에서만 472억 달러의 일감을 따냈는데 2017년에는 146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2010년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해외 신규 수주 규모는 2017년 290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급감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의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건설촉진법’에 기반해 6월 말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를 공식 출범하고 허 사장을 초대 사장으로 앉혔다.
허 사장은 한국전력공사에서 해외사업개발처장, 해외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삼성물산 프로젝트사업부 상임고문 등을 거친 해외사업 전문가로 한국전력에서 베트남 응이손2 화력발전사업을 따낸 점 등을 평가받았다.
국토교통부는 9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발표하며 “해외시장은 중동 플랜트사업의 발주가 줄면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를 중심으로 민간·공공·정부가 협력하는 동반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의 중동 수주실적은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의 정체성 확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가 중동에서 실질적 성과를 낸다면 민간 건설사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가치가 높아지겠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부가 해외 수주를 핑계로 불필요한 공공기관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마주할 수 있다.
◆ 민관협력사업이 늘어나는 중동시장
중동은 하반기부터 점차적으로 대형 플랜트 발주를 늘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허경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오른쪽)이 6월29일 서울에서 루이스 까란사 우가르떼 중남미개발은행(CAF) 총재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허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김 장관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3국을 방문했는데 특히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를 향한 기대감이 크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17일 낸 해외수주 관련 보고서에서 “중동은 2018년 하반기 아랍에미리트가 플랜트 발주 사이클의 포문을 열고 있다”며 “2019년과 2020년에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발주 사이클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랍에미리트는 2025년까지 450억 달러를 투자해 아부다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화학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쿠웨이트는 2019년 80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30억 달러 규모의 가스플랜트 등의 발주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과거 중동에서 플랜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형 수주를 진행한 경험이 많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현재도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하는 35억 달러 규모의 '가솔린&아로마틱스 플랜트' 기술입찰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중동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민관협력사업(PPP) 형태의 발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는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수주를 확대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은 정부 주도로 발주된 사업에 민간업체가 참여해 협력하는 사업을 뜻한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는 민관협력사업 지원을 주력으로 하는데 국내 건설사는 민관협력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현재 참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 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해외 건설·인프라 시장은 민관협력사업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기관을 만들어 그 나라 기업의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며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는 적극적으로 해외 민관협력사업 시장에 진출해 프로젝트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는 올해 안에 최소 1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중동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50건 가량의 프로젝트를 잠재 후보군으로 두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투자가 임박한 건은 동남아와 남미 등 5건인데 이 가운데 1~2건을 올해 안에 성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