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전문경영인체제를 통해 ‘폭언 파문’으로 불거진 오너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까?
윤 회장은 올해 3월 대웅제약 대표로 전승호, 윤재춘 신임 공동대표를 선임하며 세대교체를 실시했는데 윤 회장의 경영일선 사퇴로 이들의 책임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대웅제약이 오너 리스크를 깔끔하게 해소하려면 윤 회장의 진심어린 사과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27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대웅제약은 윤재춘, 전승호 공동대표가 회사 경영을 전담하게 됐다.
윤 회장은 이날 “저의 언행과 관련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현재 대웅제약에서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대웅제약 지주사인 대웅에서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윤 회장이 이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조만간 대웅제약 사내이사와 대웅 공동대표이사도 그만둘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은 올해 3월까지 이종욱 부회장과 함께 대웅제약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이 부회장은 유한양행 출신으로 2006년부터 대웅제약 대표를 맡았다.
윤 회장은 올해 3월 이 부회장을 고문으로 물러나게 하고 윤재춘 대웅 공동대표와 전승호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대웅제약 신임 공동대표로 임명했다.
윤 회장은 윤재춘, 전승호 공동대표를 임명하며 대웅제약 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대신 사내이사로 남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윤재춘 대표는 1959년 생으로 대웅제약의 경영관리분야를 맡고 있다.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2015년부터 지주사 대웅의 공동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다.
전승호 대표는 1975년 생으로 ‘40대 대표’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2000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글로벌전략팀장, 글로벌 마케팅TF팀장 등을 거치며 20여 동안 글로벌사업을 담당해왔다.
윤 회장의 폭언 파문 녹취록을 살펴보면 윤 회장은 윤재춘, 전승호 대웅제약 공동대표 체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회사 경영에 상당부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약속이 지켜진다면 윤재춘, 전승호 대웅제약 공동대표는 윤 회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책임도 한층 무거워진다.
이들은 당장 윤 회장의 폭언 파문으로 불거질 수 있는 대웅제약 불매운동 움직임 등을 서둘러 진화해야 한다.
대웅제약은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9603억 원, 영업이익 390억 원을 냈고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010억 원, 영업이익 139억 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의 폭언 파문은 대웅제약 실적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이 전문경영인들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직접 진심어린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재승 회장은 그동안 ‘검사 출신 강골 경영자’로 널리 알려졌다.
윤 회장의 ‘일방통행’에 대웅제약의 많은 장기근속 임직원들이 견디다 못해 2017년을 전후해 경쟁사로 무더기 이직을 했다. 대웅제약 홍보실 관계자들도 수시로 회사를 관두면서 ‘대웅제약은 홍보인들의 무덤’이라는 말도 나왔다.
윤 회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