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단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시선이 몰리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군 인사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 전문가이며 군 내부 사조직인 '알자회' 출신 예비역이다.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17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이미 계엄령 문건 작성에 관여한 기무사 실무요원들을 특정했고 이 가운데 일부를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우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무사 한 관계자는 “2017년 3월 만들어진 해당 문건은 기무사령관의 단독 행위가 아니었다”며 “국방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조 전 사령관이 밝힌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수사 방향이 주목된다.
MBC는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 전 사령관이 군 출신 인사인 지인과 전화통화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은 '내가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 발언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의 개입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특별수사단은 기무사 관계자와 조 전 사령관의 증언이 충돌함에 따라 한 전 장관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조 전 사령관과 한 전 장관을 부를 계획이며 둘은 조사에 순응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데 귀국하는대로 특별수사단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단은 한 전 장관과 조 전 사령관이 예비역 신분이기 때문에 조사가 어렵다면 민간 검찰과 공조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군 인권센터가 6일 조 전 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을 두고 내란 예비음모 및 군사반란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11일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에 배당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알자회 의혹으로 얼룩진 군 생활을 보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38기로서 대령 시절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장, 준장 시절 육군 인사사령부 인사운영처장·육군본부 인사기획처장 등 인사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중장 진급 후 기무사령관에 임명됐는데 그의 재임시절은 알자회 의혹이 불거진 시기와 일치한다.
세계일보는 2016년 12월28일 단독으로 박근혜 게이트 당시 최순실씨가 군 내부 사조직 알자회와 결탁해 군의 핵심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했던 조직이다.
세계일보는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알자회의 중심으로 그가 기무사령관에 오른 뒤 알자회가 세력화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 개입 관련 의혹 보고 문건'에 따르면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2017년 4월 육군참모총장에 오르기로 돼 있었고 그 뒤 인사직 경험을 살려 육군을 장악하기로 돼 있었다. 헤럴드경제도 이 문건과 관련해 "2017년 4월 조 기무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에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알자회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의혹이 나올 때마다 조 전 사령관도 함께 언급되곤 했다.
2017년 5월31일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4기 추가반입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밝혔다.
보고를 누락한 것은 사드 배치를 총괄하는 국방부 정책기획실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당시 장경수 정책기획관도 알자회 소속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홍익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알자회가 정책기획관이나 정책실장 자리 그리고 기무사령부 등 중요 보직을 나눠먹고 있다"고 조 전 사령관도 함께 겨냥해 비판했다.
그 뒤로도 알자회와 관련한 의혹이 있을 때마다 인사 요직을 경험한 조 전 사령관이 함께 거명됐다. 그는 군단장 등 중장 보직을 경험하지 못한 채 대장 진급 없이 2017년 9월 전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