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상태는 좋지 못하고 이미 이재용 부회장에게 동일인 지위도 넘어갔다. 이 회장의 자녀 3남매가 회사를 완전히 물려받게 되면 각자의 몫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올라있다. 이부진 사장은 9년째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맡았다.
이를 토대로 계열분리를 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주력인 전자와 금융,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유통,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 등의 사업을 거느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 17.08%,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5.4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은 계열분리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 신세계, CJ, 한솔, 보광, 새한 등으로 계열분리를 한 적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너 3세 사남매도 비슷하다. 후계자로서 주력 계열사에서 오래 경영활동을 해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자동차·부품사업을 물려받는 수순이다.
그룹 광고 계열사 이노션의 최대주주이자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는 장녀 정성이 고문이 광고사업을,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으로 현대커머셜 주주인 정명이 부문장이 금융사업을,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가 리조트사업을 계열분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노션에 있는 정의선 부회장 지분과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 있는 세 자매 지분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구룹, 현대산업개발그룹, KCC그룹, 성우그룹, 한라그룹 등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 계열분리 가장 임박한 그룹은 SK와 LG
SK그룹과 LG그룹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보다 계열분리가 다소 가까워 보인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수년 전부터 계속 나왔다.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
이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그룹 내의 소그룹 형태로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가 더 임박한 쪽은 최창원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정점으로 SK케미칼, SK가스, SKD&D 등을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SK디스커버리와 SK가 함께 지분을 들고 있는 SK건설만 정리하면 계열분리가 가능하다.
반면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 지분이 1%가 채 안 된다. 꾸준히 지분을 매수하고는 있지만 계열분리 후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단기간에 이르기는 힘겨워 보인다.
LG그룹은 얼마 전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급격히 상승했다. 29일 구 전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전무가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며 경영권을 승계했다.
구 상무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구본준 LG 부회장은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때 구 부회장이 일부 계열사를 떼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떤 회사를 계열분리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LG상사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구 부회장은 지주회사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어 구 전 회장(11.28%)에 이은 2대 주주다. LG 지분을 계열분리 계열사 지분과 맞바꾸는 형태로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 롯데 한화 신세계, 계열분리는 시간 문제
오랜 기간 끌고 온 형제의 난이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어간 롯데그룹에서도 계열분리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6월29일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안건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국 롯데의 지주사 전환으로 신 회장이 이미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일본 롯데 역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신 전 부회장이 판을 뒤집기는 어려워졌다.
다만 현재 롯데그룹에는 SDJ, 블랙스톤에듀팜리조트 등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설립한 계열사가 십여 곳 포함돼 있다.
두 형제가 경영분쟁을 끝내고 완전히 갈라서면 법적으로 계열분리가 불가피하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가 완료되면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태양광사업,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에게 금융,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에게 건설 등을 맡기는 구도를 짰는데 김동선 전 팀장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앞으로 계열분리를 한다면 이런 구도로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독자경영을 하고 있는 신세계도 머지않아 계열분리가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등 마트와 아울렛, 정 사장은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을 맡고 있어 이대로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계열분리 자금은 광주신세계 지분, 정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아직은 계열분리 가능성 낮은 GS 두산 현대중공업
GS와 두산은 계열분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총수일가 형제와 사촌들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GS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만 48명이나 된다. 두산그룹 역시 총수일가 가운데 지주사격인 두산의 주주가 32명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 주주로 가장 많은 총수일가가 포함된 두 곳이다.
지금까지 형제경영 또는 사촌경영의 원칙을 잘 지켜와 계열분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GS그룹은 현 회장의 부친인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뿐 아니라 허준구 명예회장의 형인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 일가, 동생인 허완구 전 승산 회장 일가가 모두 그룹 안에 묶여 있다.
두산 역시 오너2세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한차례 독립해 나간 것을 제외하면 창업 이래 지금까지 별다른 계열분리를 겪지 않았다. 과거 2005년 형제의 난 때 박용오 전 두산 명예회장이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4촌, 6촌, 8촌 등 친척 일가는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계열분리를 해 달라”고 요구한 점을 고려하면 GS와 두산 역시 향후 계열분리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복잡한 지배구조는 규제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단기간 계열분리 가능성이 희박하다. 최근에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승계구도가 마련됐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2남2녀를 두고 있으나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녀는 정 부사장 외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