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6-14 2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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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있는 ‘테더홀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테더'가 비트코인 가격을 조종하는 데 쓰였다는 연구보고서가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소에서 나왔다.
13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로스엔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는 테더홀딩스가 시세조작을 통해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을 2만달러(약 2166만 원) 가까이 끌어올렸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 13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로스엔젤레스타임즈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는 이날 테더홀딩스가 시세조작을 통해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을 2만달러(약 2166만 원) 가까이 끌어올렸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뉴시스>
이번 연구를 이끈 존 그리핀 텍사스대 금융학 교수는 “약 25억 개에 이르는 테더의 시장 유입과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테더가 비트코인 시세를 조작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그리핀 교수는 “테더 한 개는 1달러의 가치를 지니는데 테더홀딩스가 대량으로 테더를 발행한 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피넥스가 가담해 이 테더를 들고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테더는 미국 달러화에 연계해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테더홀딩스가 가상화폐를 보다 편리하게 거래하기 위해 테더를 만들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원화를 가상통화 거래소 계좌로 보내 다른 가상화폐를 사고 팔지만 외국의 많은 거래소는 달러화나 유로화 등 법정화폐 입출금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해외 거래소에서는 달러를 테더로 교환한 뒤 테더로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방식이 통용된다. 이때 테더는 1달러당 1테더의 고정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됐다.
외국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비트코인의 시세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면 이를 테더로 바꿔서 보유하고 다시 상승세가 예상될 때 테더로 비트코인을 사는 방식으로 테더를 활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테더가 1달러의 고정가치를 갖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테더홀딩스는 테더 한 개를 발행할 때마다 제휴 은행에 1달러를 예치해서 지급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테더를 발행해왔다.
하지만 테더홀딩스가 달러화를 예치하지도 않은 채 무더기로 테더를 발행해 가상화폐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렸다는 의혹이 떠오른 셈이다.
텍사스대학교 보고서는 새로 발행된 테더가 일단 대형 거래소인 비트피넥스로 옮겨졌고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때 비트피넥스에 보관된 테더가 비트코인을 구입하는데 사용돼 시세를 끌어 올렸다고 설명한다.
이 의혹은 올해 초부터 시장에 퍼졌고 비트피넥스는 1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2월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소가 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당시 별다른 제재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시세가 오르기도 했었다.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 비트피넥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트피넥스와 테더홀딩스 모두 시장이나 가격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테더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에 따라 발행될 뿐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용도로 발행되진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