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를 앞두고 '쪽집게 과외'를 받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개인정보 유출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를 심을 기회이자 최고경영자로서 저커버그의 입지를 굳힐 자리이기도 하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겸 CEO. |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10일 오후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뒤 11일 오전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한다.
이번 청문회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정보 유출을 다루기 위한 것이다. 가짜뉴스와 선거 개입 등 포괄적 문제들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청문회 일정이 잡힌 뒤 겸손하고 수용적 자세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답변을 하도록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특별과외를 받아왔다. 모의 청문회를 열어 최종 리허설도 했다.
청문회 전날인 9일에는 워싱턴에서 몇몇 의원들을 먼저 만나 주요 주제들과 관련해 얘기도 나눴다.
저커버그가 이처럼 청문회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성년기업의 이미지를 심을 중대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청문회는 그의 개인적 이력 가운데 가장 큰 시험대이자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사회적 이미지를 바꾸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도전적이고 비밀스러운 실리콘밸리의 반항아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겸손하면서도 개방된 기업 수장의 진면목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리드 헌트 전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저커버그 뿐 아니라 모든 CEO에게 의회 증언은 통과의례다”며 “페이스북이 시장에서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의회 증언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뿐 아니라 수많은 미국의 최고경영인들이 의회에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았다.
미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웰스파고 존 스텀프 회장은 2016년 유령 계좌를 통해 실적을 올렸다는 의혹으로 미국 상원 청문회에 불려나왔고 ‘사건에 연루된 직원 전원을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직원에게 책임을 돌린다며 '비겁한 리더십'이라고 비난했고 여론이 나아지지 않자 그는 청문회 한 달 뒤 회사를 위해 물러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는 1998년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한 회사와 관련해 반독점 논란으로 청문회에 출석했는데 신경질적 말투 탓에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후 정부는 MS에 규제를 강화했고 MS는 수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2011년 반독점 청문회에서 “MS를 반면교사 삼아 같은 실수를 안했고 기업시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반복해 사과하는 등 공손한 자세를 보여 여론의 호감을 샀다.
미국 재계의 ‘파워맨’이라 불리던 에너지기업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2002년 증권사기 의혹을 받아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묵비권을 행사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엔론의 부회장이었던 클리포드 벡스터는 청문회 다음날 권총자살했고 이후 레이 회장은 감옥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