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운영이 미흡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후보군이 다양하고 공정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사내이사에서 제외하면서 김 회장 후임자를 놓고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회장은 만 70세 나이제한 조항에 걸려 이번에 두 번째 연임을 하면 더 이상 회장을 맡을 수 없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경영을 배울 기회가 된다. 함 행장은 김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인 만큼 그가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곧 김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라는 뜻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다.
김 회장은 KEB하나은행 첫 통합은행장으로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김 부회장 대신 함 행장(당시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밀었다.
반면 김 회장의 1인 사내이사체제가 김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1인 사내이사 체제’는 최고경영자의 독무대를 마련해주는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의 1인 사내이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회장은 2015년 초 김 회장과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4인 사내이사체제를 김 회장의 1인 사내이사체제로 바꿨다.
당시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자리까지 없애면서 홀로 사내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강력한 추진력으로 당시 외환은행과 통합은행을 빠르게 출범 시킬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다.
KB금융지주에서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1인 사내이사체제가 꾸려진 일이 있었다.
하나금융지주는 김 부회장과 함 행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빠져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사내이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한다. 하나금융지주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김 부회장과 함 행장 및 4명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하면서 이사회에 참여하되 리스크관리위원회에는 빠지는 방법이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계속 나온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에는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복수의 사내이사 체제는 최고경영자의 유고 때를 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쓰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30조 2항 6호는 ‘이사회 내부규정에 최고경영자 사고 등 비상상황 발생 시 대행자 선정 신임후보 선임 등 비상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1인 사내이사 체제에서는 회장 유고 때 그를 대체할 사내이사가 없어 경영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2014년 KB금융 사태 이후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복수의 사내이사를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