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 회장이 2016년 9월9일 스타필드하남 개장식에서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사업을 통합하는 ‘깜짝 발표’에 이어 다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
유통선진국 미국에 매장을 진출하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뒤 국내 유통업계 대부분이 동남아 등 유통산업이 낙후된 곳 위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과 반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현재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고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의 프리미엄 푸드마켓 브랜드 ‘PK마켓’을 앞세워 미국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식료품점(그로서리)과 레스토랑이 결합된 ‘그로서란트(grocerant)’ 형태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 내 백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식재료와 함께 고급 아시아 음식을 선보인다.
스타필드를 함께 만든 미국의 쇼핑몰 운영사 터브먼과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브먼의 매장에 입점하는 방식이다.
자체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기 위해 미국 현지 식자재 공장을 인수한다는 말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찾고 있다”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지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미국 진출 시도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체험했던 유통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에 정착하며 신세계그룹을 키워왔다.
미국 브라운대 유학시절 경험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깊은 인상을 받아 1997년 스타벅스와 합작해 스타벅스코리아로 국내에 도입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외환위기 때도 급성장하며 5년 만에 100호점을 낼 정도로 성공했다. 국내에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마트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도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와 세인즈버리 등의 전략에서 착안해 키웠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해 유통단계를 줄여 쓸만한 제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것이다. 지난해 노브랜드 매출은 3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던 정 부회장이 이제 미국 본토를 공략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자체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 제품을 미국과 홍콩에 공급하며 발판을 마련해 왔다.
정 부회장의 미국 진출은 일종의 ‘역발상’이다. 유통업의 경우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트렌드가 전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타격을 입자 대체시장으로 동남아를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내 오프라인 유통사업이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사업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라 신세계그룹의 미국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 부회장은 국내에서 스타필드를 통해 대형 오프라인매장도 고객이 만족할 콘텐츠만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미국 현지고객들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미국은 경기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출점과 폐점이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중국에서 철수한 뒤 동남아 위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다면 선진국, 개발도상국 구분없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