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여덟 달만에 재벌개혁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압박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재벌개혁을 강조하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이 빨라질지 주목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CJ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계열사간 흡수합병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주력회사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눠 지주사체제를 구축하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SK그룹은 SK케미칼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LG그룹은 LG상사를 지주사체제에 편입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출범했고 현대중공업도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CJ그룹은 합병을 통해 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여전히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변화를 만들어내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재벌개혁을 꺼내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심리적 압박을 더욱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새해 첫 기자회견을 열고 신년사에서 “재벌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기업활동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감몰아주기 근절과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주주 의결권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재벌개혁 발언을 한 것은 8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10일 취임선서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재벌개혁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 뒤로는 공개적으로 재벌개혁을 꺼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과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 축사에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의 문제점을 언급했으나 현상에 대한 문제인식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재벌개혁 의지는 주로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그나마도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보다 갑을문제 해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벌개혁 과제들은 재벌들의 자발적 해소에 맡기는 쪽으로 속도조절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이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는 12월1일 “재벌의 실태는 변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말로만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며 “더 이상의 기다림은 재벌개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재벌개혁 발언은 이란 여론을 의식하면서 집권 2년차에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말과 공정위원장의 말은 무게가 다르지 않겠느냐”며 “지난해까지 지배구조 개편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