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개 공공기관 가운데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와 사퇴 표명 등으로 새 수장이 필요한 곳은 100여 군데에 이르는데 현재 60여 곳에 이르는 공공기관이 공모 등 인선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영향 등으로 내각 구성에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에 따라 공공기관장 인선도 더디게 진행됐다.
주요 공공기관의 경우 각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임명하는데 내각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기관장 인선을 본격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수장이 임명된 공공기관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국민연금공단,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공기업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명의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새로운 수장이 선임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공공기관들의 하마평도 잇따르고 있다.
채용비리로 논란을 빚고 있던 강원랜드는 문태곤 전 감사원 제2사무총장,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을 뒷받침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김용익 전 민주당 의원이 새로운 수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곤 전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고 김용익 전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김낙순 전 민주당 의원,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강래 전 민주당 의원과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 등이 각각 유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정부의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에는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기관의 유력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낙하산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과거 정권의 적폐인 코드 낙하산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와 장관의 코드인사에 이어 공공기관장 인사 또한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설립취지에 맞는 인사가 수장으로 가야 한다”며 “낙하산 코드인사를 금지하기 위한 ‘낙하산방지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공공기관의 낙하산인사를 막기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각 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할 때 기관의 설립목적과 연관된 분야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국회 추천 인사를 포함하는 방안도 담아 공공기관장 인선에서 국회의 영향력을 높이는 내용도 담았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대선캠프와 정치인 출신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성을 지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큰 틀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정치인 출신이 전문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정치인 출신을 중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으로 공공기관장 인선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러 기관에서 낙하산인사 논란이 일 수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