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회사와 전자회사들이 전기차배터리의 기술개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수년 안에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배터리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업체들은 전기차배터리를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는데 기술개발에 뒤처질 경우 일본에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
22일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업체들이 전기차배터리를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도시바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10년 가까이 개발해온 고속충전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배터리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시바의 전기차배터리는 일반적인 제품과 비교해 같은 크기에 용량이 2배 정도 높고 6분 정도만 충전해도 최대 320km를 달릴 수 있는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도시바의 전기차배터리 개발에 직접 연구비를 대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시바는 이런 지원에 힘입어 2019년부터 전기차배터리를 상용화해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과거 전자산업 강대국으로 꼽혔지만 IT기기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주요분야의 패권을 모두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에 빼앗기며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배터리를 유망 사업분야로 점찍고 현지 연구기관과 기업 등에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고체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은 민관이 공동으로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전기차배터리기업들이 일본의 적극적인 전기차배터리 육성정책으로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중국기업과 비교하면 기술격차가 크지만 일본의 기술력은 충분히 우려할수준”이라며 “갈수록 시장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이 연구개발에 가장 앞서있는 전고체배터리가 기존 리튬배터리의 단점인 무게와 밀도, 수명 등을 대폭 개선하며 이르면 2020년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토요타와 무라타, 소니와 히타치 등 일본기업들은 전고체배터리 기술의 개발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기업의 관련 특허출원 건수는 한국의 약 7배 정도로 알려졌다.
이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고체배터리를 차세대 유망기술로 꼽고 있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업체들은 일본에 기술력이 크게 뒤처져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기차배터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평균판매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반면 리튬 등 원재료가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전기차배터리 수익의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 일본 도시바의 SCiB 고속충전배터리(왼쪽)와 토요타의 전고체배터리. |
삼성SDI와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를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장기간의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투자를 계속 늘려왔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 기회를 잡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전고체배터리 등 신기술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추가로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투자규모가 늘어나며 수익성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파악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현재 전기차배터리에서 파나소닉 등 글로벌 상위업체에 점유율이 뒤처지는데다 차세대 기술에서도 도시바 등 일본기업들의 역량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기차배터리시장의 중심이 기존의 리튬배터리에서 전고체배터리 등 신기술로 단숨에 넘어갈 가능성은 낮은 만큼 한국업체들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 기술은 에너지저장장치, 소형배터리 등에도 모두 폭넓게 적용될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양산단계에도 들어가지 않은 기술로 가능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