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열린 신격호 추모집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롯데그룹 전직 CEO들이 롯데그룹을 창업한 신격호 명예회장을 회상하며 직접 겪은 일화를 글로 엮어 낸 추모집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관련 토크쇼다.
출판기념 토크쇼는 종종 열리지만 한국 경제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1세대 기업가를 기억하는 책과 토크쇼는 드물다.
평전 성격을 지닌 이 추모집은 지난해 말 세상에 나왔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롯데재단은 이에 신격호 창업주와 관련한 조그마한 전시회를 열면서 보기 드문 자리를 함께 마련했다.
이름은 ‘그가 바라본 내일-상격 신격호 전(展)’이라고 붙였지만 사실 전시회라고 거창하게 부르기는 힘든 수준이다. 모두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5~1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재단은 토크쇼와 전시회에 공을 들였다. 신격호 창업주의 삶과 철학을 알리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설명이다.
장 이사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저희 할아버지라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나라가 여러모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할아버지의 기업가 정신과 애국정신을 살리고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재단이 신격호 명예회장을 기리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2024년 5월 신 명예회장의 청년 시절을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 ‘더리더’를 선보였으며 신격호 샤롯데 문학상, 신격호 롯데 청년기업가 대상 등의 사업도 펼치고 있다.
추모집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인데 세상에 알려진 적 없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화가 전직 CEO들의 기억에서 부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장 이사장은 책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책을 만들면서 처음에 너무 막막했다. 저나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선배님들께서 얼마만큼 참석을 해주느냐에 관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난감했다. 마감이 되는 날짜가 다 다가와도 원고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저희가 기한도 좀 늘리면서 마감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많이 힘들었다”고 장 이사장은 말했다.
힘겹게 나온 만큼 보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장 이사장은 “책이 두껍지만 안 지겹고 의외로 재밌다”며 “많은 분들이 읽고 ‘정말 재미있었다’, ‘명예회장을 더 훌륭하게 봤다’ 등의 후기를 전해줬을 때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있고 좋았다”고 언급했다.
▲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가운데)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 마련된 ‘상전 신격호 전’ 전시관을 둘러보려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신격호 명예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봤던 롯데그룹 전직 CEO 36명이 기억하는 신 명예회장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한결같은 지점도 적지 있다. 현장 경영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유창호 전 한국후지필름 대표이사는 “회장님께서는 현장에 가면 문제도 있고 답도 있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어려울 때는 현장을 찾아라. 그리고 어렵지 않더라도 현장을 늘 관리하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세간의 인식처럼 신격호 명예회장이 돈만 좇았던 기업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부흥하기 위해 애썼던 애국 기업가였다는 점이 알려졌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명수 전 롯데물산 잠실프로젝트 건설본부장은 “회장님께 보고를 드리기 위해 일본 도쿄 사무실을 찾은 적이 있었다. 회의실에 큰 벽화가 걸려 있었는데 바로 임진외란 해전도였다”며 “일본에서 사업하시는 분이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게 일본군이 격파돼 바다에 수장되는 벽화를 걸어놓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며 그만큼 신 명예회장의 나라사랑 마음이 컸다고 강조했다.
김 전 본부장은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할 때 일화를 전하면서도 “회장께서는 ‘롯데가 건물 높이로 1등을 해야 할 것 아니야’라고 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다만 일주일이라도 1등을 해야 되지 않나’고 말씀하셨다”며 “저희가 옆에서 늘 보고 느꼈던 것은 나라를 너무 많이 생각하시고 살아가시는구나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임 CEO들이 곁에서 보고 느꼈던 신 명예회장의 책은 16일부터 20일까지 무계원에서 열리는 상전 신격호 전(展)에 오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책에 관심이 있다면 무료로 받는 방법도 있다. 3전시실에 마련된 체험공간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만들어진 신격호 명예회장 관련 엽서를 색연필로 칠한 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담당자가 책을 준다.
이날 신격호 명예회장의 추모집 토크쇼와 전시회 행사에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김명수 전 본부장, 유창호 전 대표이사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전직 CEO 10여 명이 참석했다. 장 이사장의 어머니이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첫째 딸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도 모습을 보였다. 남희헌 기자
▲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오른쪽 두번째)과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왼쪽 두번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 마련된 ‘상전 신격호 전’ 전시회 오픈 행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