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기자 간담회'에서 성심당의 성공 스토리를 예로 들며 소상공인 경제 생태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삼성그룹도 대구의 작은 상회에서 시작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소상공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소상공인에게 ‘구휼’이 아닌 ‘금융’을 제공하겠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상공인은 국내 사업장의 절반이 넘고 소상공인 사업장 종사자는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4분의1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은 그동안 지역별, 업종별, 사업장 크기별 각자의 특성을 잃은 채 골목상권 혹은 자영업자라는 카테고리로 뭉뚱그려져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집단으로 여겨졌다.
이에 금융 측면에서도 구휼의 대상이었을 뿐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진단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이끄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이런 인식과 서비스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김 대표는 이날 1부와 3부 발표자로 직접 나서 ‘소상공인 전문은행이 필요한 이유’와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이 한국소호은행이어야 하는 이유’를 50분 가까이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소호은행은 다른 곳과 다르게 계획을 세우고 인가를 받으면 뭘 하겠다가 아니라, 지금껏 소상공인을 위해 해온 여러 사업을 은행업을 통해 확장하고자 한다”며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진정성과 전문성, 사업 계획의 구체성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자신감의 핵심에는 10년 동안 한국신용데이터를 운영하며 확보한 실제 영업 데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전국 170만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를 통해 실시간 매출 흐름, 업종 특성, 지역 특성, 재방문율 등 사업장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영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국에 신용카드를 받는 가맹점이 200만 곳인데 이 가운데 170만 소상공인이 캐시노트를 경영관리 목적으로 쓰고 있다”며 “85%의 점유율로 사실상 업계의 표준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이미 이를 바탕으로 계열사인 국내 유일의 개인사업자 전문 신용평가사 한국평가정보(KCS)를 통해 소상공인 맞춤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은행, 정부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와 소상공인 전문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기존 은행권에서 불가능했던 금융서비스, 특히 차별화한 여신 서비스를 소상공인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운영하는 캐시노트를 통해 연간 522조 원 규모의 자금 데이터가 처리된다”며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금융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소상공인 영역에서는 확실하게 혁신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지만 개인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의 대출 문턱은 물론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이날 김 대표가 출시를 예고한 한국소호은행의 새로운 상품도 이런 고민을 충실히 담고 있다.
‘나중결제’와 ‘오늘정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급망금융’ 상품이 대표적이다.
나중결제는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때 은행이 먼저 거래처에 돈을 내주고 나중에 소상공인에게 돈을 받는 방식, 오늘정산은 거래처에서 나중에 받을 돈을 은행이 미리 소상공인에게 내주고 나중에 거래처로부터 받는 방식이다.
이 둘 모두 소상공인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자금 흐름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공급망금융 상품인데 공급망금융 상품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다.
공급망금융은 이미 많은 은행이 주요 상품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과 대형 중소기업을 위한 상품만 있을 뿐 수백만 원대의 튀김기계를 새로 구입하고자 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상품이 없을 뿐이다.
김 대표는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사장님의 공급망금융 거래만 봐도 1년 규모가 200조 원에 이른다”며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사장님은 일시적 현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고금리 단기대출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한국신용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흥국생명, 흥국화재, 유진투자증권, OK저축은행, 우리카드, LGCNS, ITCEN, TSIS, 메가존클라우드, 일진 등 모두 15곳이 참여하고 있다.
다수의 금융사와 유력 IT업체들이 참여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 중 1강으로 꼽힌다.
▲ 김동호 대표(뒷줄 가운데)가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기자 간담회'에서 컨소시엄 참여사 임원들과 함께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이라는 의미에서 검지손가락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간담회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부행장급 임원을 포함한 12개 컨소시엄 참여사의 임원, 한국신용데이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대표 지자체로 대전시 국장 등이 참여해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이날 준비된 발표를 마친 뒤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 한국소호은행을 통한 앞으로의 포부와 각오를 묻는 질문에 ‘초심’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2년 전 한국신용데이터 실적 발표 간담회 때 소상공인 전문은행 계획을 처음 이야기했는데 오늘 당시 입은 자켓과 셔츠, 바지, 신발까지 모두 다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며 “소상공인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87년 태어난 젊은 벤처창업가로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1기로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이던 2011년 소비자 데이터플랫폼업체인 오픈서베이(옛 아이디인큐)를 창업했고 이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넘긴 뒤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신용데이터를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키워냈고 지금은 또 다시 한국소호은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