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4-01 16:27:59
확대축소
공유하기
▲ 삼쩜삼이 5월 종합소득세 시즌에 경쟁력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5월 종합소득세(이하 종소세) 신고를 앞두고 국세청이 종합소득세 무료 환급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민간 세무 플랫폼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수수료 없이 간편하게 환급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은 민간 플랫폼 대비 확실한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업계 1위 ‘삼쩜삼’을 운영하는 세무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세청에 따르면 5월 종소세 신고를 앞두고 환급 대상자 310만 명을 대상으로 ‘원클릭’ 서비스를 개시했다.
원클릭 서비스는 복잡한 절차 없이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숨어있는 최대 5년 치(2023년 귀속분까지) 환급액을 찾아준다. 대상은 현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은 인적용역소득자와 근로‧기타‧연금소득자 중 환급금액이 발생하는 납세자다.
국세청은 △수수료 무료 △별도 서류 제출 없이 기존 국세청 보유 자료만으로 신청 가능하다는 점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제 항목을 분석해 과다환급에 따른 가산세 위험 감소 등을 내세워 적극 홍보하고 있다.
원클릭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는 “환급 대상자인지 몰랐는데 국세청에서 먼저 알람이 와서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복잡할 줄 알았는데 홈택스를 이용해 매우 간편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기존 민간 세무 플랫폼은 환급액의 10~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국세청의 ‘무료’ 전략은 곧바로 민간 모델의 사업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비스앤빌런즈는 2020년 5월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플랫폼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종합소득세 간편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최초로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 삼쩜삼 누적 가입자 수는 2025년 3월 기준 2300만 명에 이른다. 누적 환급 신고액도 1조 원을 넘어섰다. <삼쩜삼>
삼쩜삼 누적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었다. 2022년 6월 1천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24년 3월 2천만 명, 2025년 3월 기준으로는 2300만 명에 이른다. 누적 환급 신고액도 1조 원을 넘어서면서 세금환급 플랫폼 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소득세를 돌려받기 위한 경정청구 건수도 △2022년 37만3천 건 △2023년 58만7천 건 △2024년 상반기 65만3천 건으로 급증했다.
삼쩜삼의 성장에 힘입어 자비스앤빌런즈는 2024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861억 원, 영업이익은 102억 원이다. 2023년에는 매출 507억 원, 영업손실 11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이 618억 원에서 759원으로 22.8% 늘었지만 매출 증가 폭(69.8%)이 이를 상쇄했다.
하지만 사업성을 알아본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토스인컴, 비즈넵, 쌤157 등 4개 기업이 해당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추가 진출도 예고되어 있다.
국세청의 직접 진출은 자비스앤빌런즈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스마트한 국세청’을 목표로, AI 기술을 접목한 세무 서비스 확대를 강조했다. 국세청은 종소세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다른 세목으로도 원클릭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어 삼쩜삼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도 한계를 지적받았다. 자비스앤빌런즈는 2023년 8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2024년 5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거래소는 사업모델의 차별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포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2911만 명(2025년 2월 기준, 통계청 발표) 가운데 이미 79%에 해당하는 2300만 명이 삼쩜삼에 가입한 상태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기술력과 편의성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삼쩜삼은 기술과 편의성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조금 더 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국세청이 앞서 선보인 모두채움 서비스에서도 삼쩜삼이 더 환급금도 높았고 오류도 적었다”고 밝혔다.
이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작되면 고객들이 국세청과 삼쩜삼 서비스를 모두 비교해 보고 환급금 규모에 따라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쩜삼은 고객의 환급액이 늘어날수록 회사 수익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고객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셈이다. 국세청보다 환급 혜택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낼 유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삼쩜삼은 고객이 환급받는 금액의 10~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사업 확장 및 서비스 다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추진과 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등으로 상당한 비용을 집행한 만큼, 올해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안정적으로 실적을 올린다면 기술특례 대신 일반 상장 등 다른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종소세에서 시작해서 종부세 그리고 세무사TA 서비스(플랫폼에 가입한 세무사·회계사와 납세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 등으로 세금 서비스를 확장하는 한편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다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