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6일 중국 충칭시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에 럭시드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럭시드'는 완성차 기업 체리자동차와 화웨이가 합작한 전기차 브랜드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샤오미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전자 기업이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기차 사업에 발을 들이려다 물러났는데, 샤오미와 화웨이는 중국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주도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1일 외신을 종합하면 샤오미와 화웨이는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사실상 처음으로 전기차 사업에 도전한 이후 단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3월31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화웨이 자동차 사업부는 지난해 264억 위안(약 5조3622억 원) 매출을 거뒀다. 2023년 매출에 견줘 474.4% 증가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샤오미 또한 지난해 3월 첫 전기차 SU7을 출시한 이후 올해 3월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20만 대 이상 판매했다.
최근 출시한 SU7 울트라 신모델도 발표 10분 만에 6900대 선주문이 들어오며 시장 반응이 긍정적임을 확인했다. 샤오미는 올해 전기차 출하량 목표도 기존의 30만 대에서 35만 대로 5만 대 상향했다.
샤오미와 화웨이 성과 뒤에는 지난해 모두 1100만 대의 전기차가 팔린 중국 내수시장이 자리한다.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으로 수요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중국은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신규 도전 기업에게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특히 샤오미와 화웨이는 전기차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화웨이는 BYD를 비롯한 중국 다수 완성차 기업에 자율주행 시스템 ‘첸쿤 ADS’를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새롭게 제시했다.
중국승용차연합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 브랜드를 달고 나온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8위까지 상승했다.
샤오미 또한 SU7에 자체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 ‘하이퍼 OS’와 자율주행 시스템 ‘샤오미 파일럿’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차량을 공식 출시한 지 1년 만에 20만 대를 판매했다.
중국 당국은 ‘전기차 2.0 시대’ 경쟁 판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샤오미와 화웨이의 도전이 긍정적 사례로 꼽힌다.
▲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 선적장에 3월26일 수출용 자동차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전기차 2.0 시대는 그동안 전기차에 약점이던 주행 거리 및 배터리 성능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돼 자율주행과 같은 스마트카 시스템이 수요를 결정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일본이나 미국 기업도 전기차 2.0 시대에 도전하고 있으나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샤오미와 화웨이가 미리 치고 들어오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는 전기차 기업을 상대로 자율주행 기술 판매에 집중해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전자업체의 전기차와 스마트카 시장 도전 사례는 중국 이외 다른 곳에서도 있다.
전기차가 이른바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불릴 정도로 전자부품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많이 적용돼 내연기관차 제조 경험이 없더라도 전기차 진출을 노린 기업이 많다.
혼다와 공동으로 첫 전기차 ‘아필라’ 출시를 앞둔 일본 소니가 대표적이다. 다만 실제 출시 시기는 2026년 중반으로 다소 늦어졌다.
애플 또한 10년에 걸쳐 소프트웨어와 자체 OS 중심의 ‘프로젝트 타이탄’을 추진했다. 그러나 차량 제작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10억 달러 상당의 연구개발비만 손해보고 접었다.
삼성전자도 전기차 사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부품사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전장부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전기차 고객사와 경쟁을 피하자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결국 현재까지 전자기업 가운데 전기차 제조 및 판매까지 일정한 성공을 거둔 곳은 샤오미와 화웨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샤오미와 화웨이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돋보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세계 전기차 시장의 70% 가까이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데 산업 주도권이 중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제조업 활성화 쪽에만 정책적 중심을 두고 있으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내수 시장 부진에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차세대 스마트카 기술 연구개발 위축으로 이어져 중국 전기차 시장만 더욱 성장하도록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요컨대 전기차 캐즘 뒤 열리는 전기차 2.0 시대에 중국이 다른 국가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샤오미나 화웨이 등 스마트폰을 제조하던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