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아이폰16e는 자체 기술로 설계한 통신반도체가 퀄컴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을 살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시됐다. 애플 아이폰16e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선보인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16e’가 자체 설계 통신반도체의 성능과 시장 반응을 시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퀄컴 대신 애플의 통신칩이 다른 제품 라인업에도 전면적으로 적용된다면 매년 수 조 원대의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애플이 몇 년에 걸쳐 개발한 자체 통신모뎀이 아이폰16e에 처음으로 탑재됐다”며 “이는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큰 변화”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C1’으로 이름붙인 자체 통신모뎀 반도체를 보급형 신제품인 아이폰16e에 적용했다.
그동안 출시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제품에는 모두 퀄컴의 5G 통신칩을 적용해 왔는데 이를 자체 설계한 반도체로 대체한 것이다.
조사기관 차터웨쿼티리서치는 이를 두고 “애플이 자체 통신반도체 ‘시범주행’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하반기에 선보일 아이폰17 시리즈에 자체 통신모뎀을 전면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 아이폰16e를 시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아이폰16e는 아이폰16 일반 및 프로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 낮고 판매 비중도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체 설계 통신반도체에서 성능 저하를 비롯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애플이 브랜드 이미지나 실적에 받을 타격도 비교적 크지 않을 수 있다.
차터웨쿼티리서치는 애플의 통신모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 2년 안에 모든 제품에 퀄컴 대신 애플의 반도체가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애플은 현재 퀄컴과 장기 계약을 맺고 5G 통신반도체를 구매하며 기술 사용료도 지불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을 제외한 라이선스 비용만 아이폰 1대당 5~6달러로 추정됐다.
퀄컴 제품 대신에 자체적으로 설계한 통신칩만 활용한다면 연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애플은 2017년 퀄컴의 통신반도체 공급 및 사용 계약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뒤 꾸준히 자체 모뎀 개발에 주력해 왔다.
2019년에는 애플이 인텔의 통신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도 지속됐다.
그러나 애플이 한때 퀄컴 제품을 대신해 탑재했던 인텔 모뎀은 성능 저하 문제로 시장에 자리잡지 못했다. 결국 애플은 퀄컴과 통신반도체 공급 계약을 연장해야 했다.
애플이 이번에 선보인 자체 설계 통신반도체는 명예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통신모뎀 개발 프로젝트에 오랜 기간 고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하지만 퀄컴과 계약이 2027년 3월 마무리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