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10대 건설사로서 ‘포스코’의 이름값을 증명하며 취임 뒤 첫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정 사장은 치열해지는 도시정비 시장에서 서울 핵심 지역 수주를 놓고 경쟁 건설사를 상대로 재차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오른쪽)이 4일 경기 성남 은행주공 현장을 찾아 수주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
17일 건설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은 높은 브랜드 가치가 저렴한 공사비보다 우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치러진 조 단위의 도시정비사업 경쟁입찰에서 두 번 모두 높은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이름값’이 높은 건설사가 승리하면서다.
전날 공사비 1조3천억 원 가량으로 경기권 재건축 최대어로 평가받는 성남 은행주공 수주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두산건설을 상대로 시공권을 따냈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대적으로 높은 공사비에도 승리를 거뒀다. 두산건설은 공사비로 3.3㎡당 635만 원을, 포스코이앤씨는 698만 원을 제시했다.
두산건설은 계약일로부터 2년 동안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실착공 뒤 공사비를 고정하겠다는 파격 조건도 내놨지만 고배를 마셨다.
포스코이앤씨는 대형 건설사로서 이름값을 재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포스코이앤씨는 7위, 두산건설은 32위다.
연초 큰 관심을 모은 공사비 약 1조6천억 원 규모의 서울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3.3㎡당 약 938만 원을, 현대건설은 888만 원을 제시하며 맞붙었지만 조합원들은 높은 공사비에도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의 입지가 다시 확인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삼성’이란 이름이 차지하는 무게감도 도움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연초 펼쳐진 두 경쟁에서 낮은 공사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포스코이앤씨는 은행주공에서 득표율 72.7%,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서 65.8%을 기록하며 압도적 차이로 계약을 따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성패에는 미래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중요해 대형 건설사가 지었다는 브랜드 경쟁력이 표심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사비가 상승세를 타 단순히 저렴하다는 점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재건축 조합원 마음이 흔들리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사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대거 풀린 유동성에 치솟았고 서울에서는 3.3㎡당 공사비가 1천만 원에 이르는 곳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이같은 시장 흐름 속에 지난해 말 취임한 뒤 안정적으로 수주잔고를 쌓았다. 4일에는 취임 뒤 첫 현장행보로 은행주공을 찾아 힘을 싣기도 했다.
다만 동시에 아파트 브랜드의 경쟁력이 도시정비사업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떠오른 만큼 정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대형 건설사가 각축전을 벌이는 도시정비사업의 최대 시장 서울에서 약진하려면 포스코이앤씨는 결국 보다 이름값이 높은 상위 건설사와 경쟁도 펼쳐야 한다.
특히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건설사의 최고급(하이엔드) 브랜드가 지니는 가치가 높아져 후발주자로 여겨지는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 깃발을 서둘러 꽂을 필요도 있다.
‘오티에르(HAUTERRE)’는 포스코이앤씨의 최상위 브랜드로 2022년 7월 발표됐다. 오티에르 이름을 단 첫 단지가 올해 준공을 목표로 둔 가운데 주요 건설사가 빠르게는 2010년대 초 최상위 브랜드를 내놨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이앤씨 출발은 다소 늦었던 셈이다.
▲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1월 부산에서 재개발사업 촉진 2-1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치고 마수걸이 수주를 따냈다. 사진은 해당 지역에 지어질 '오티에르 시티즌파크(가칭)' 조감도. <포스코이앤씨> |
오티에르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초 오티에르를 앞세워 치른 첫 수주전인 부산 촉진 2-1구역에서 삼성물산을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다만 그뒤 치러진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경쟁에서는 현대건설의 최상위 브랜드 ‘디에이치’에 밀렸다. 포스코이앤씨는 당시 공사비를 3.3㎡당 798만 원으로 현대건설의 약 824만 원보다 낮게 제시했지만 최상위 브랜드 경쟁에서 패배했다.
정 사장은 이번 은행주공에서 두산건설을 상대로 이름값을 증명했지만 서울 핵심 사업지의 도시정비 수주에서 기세를 이어가려면 더욱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집중 공략으로 브랜드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며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핵심지역 진입 스텝업(Step-up) 전략을 완성해야 하고 리모델링 사업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등 한강과 강남 등 서울 핵심지역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은행주공 재건축 수주 뒤 “모든 기술과 역량을 모아 성남 최고의 명품 주거단지로 믿음에 보답하겠다”며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강남과 용산, 성수 등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사업지에서 수주행보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