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2-16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난해 동반 실적 부진으로 LG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40조 원 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SK그룹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사업 반전을 만들기 위해 신사업 투자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해 동반 실적 부진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무려 40조 원 가량이 줄어들면서 LG그룹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SK그룹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크게 부진했다. LG전자 역시 가전 수요 감소와 해상운임 상승, 원가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외에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 실적도 일제히 감소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실적 반전을 위해 ‘ABC(AI·바이오·클린테크)’ 신사업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존 주력 사업 부진이 올해까지 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 구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실적이 동반 하락하며 그룹 시가총액이 크게 감소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국내 대기업 시총(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및 우선주 포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G그룹 시총은 전년보다 약 40조 원, 23.88% 감소한 144조6460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SK그룹은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실적이 고공 행진한 SK하이닉스 영향으로, 지난해 시총이 전년 대비 12.81% 증가한 202조7280억 원을 기록했다.
LG그룹은 시총 약 58조 원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줬다.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2024년 영업이익은 3조419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4% 감소했다. 글로벌 가전 수요가 줄었고, 해상운임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LG이노텍 영업이익은 70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회사는 애플에 카메라모듈 공급하며 80% 가량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 중국 카메라모듈 경쟁사 등장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에 중국 코웰전자의 후면 카메라 모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크게 부진했다.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168억 원으로 63.75% 줄었고, LG에너지솔루션은 5754억 원으로 73.4% 감소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두 기업 모두 전기차 캐즘 장기화 영향을 받았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 소재를 공급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또 중국의 화학과 2차전지 시장 지배력 강화 역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LG유플러스는 2023년보다 13.5% 감소한 86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에 따른 인건비 증가, 자회사 LG헬로비전의 실적 부진, 전기차 충전 사업인 볼트업의 확장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회사 LG의 영업이익 역시 9820억 원으로 전년보다 38.2% 줄었다. 계열사 부진에 따른 지분법 손실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구 회장은 SK그룹에 내준 시총 2위 탈환을 위해 올해 신사업 투자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LG의 미래 먹거리로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낙점, 최근 관련 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향후 5년간 신사업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5일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AI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강화했다. LG전자는 클린테크 사업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과 전장부품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LG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을 제외한 TV, 전장, PC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TV는 패널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전장과 PC 분야는 수요 회복이 감지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경쟁사 등장에 전장 부품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증권가는 올해 LG이노텍 영업이익을 6734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하반기 일부 반등이 예상되지만, 전반적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정책이 후퇴하고 있고, 중국의 석유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1분기 매출은 5조9천억 원, 영업이익 560억 원으로 컨센서스(매출 6조4천억 원, 영업이익 1840억 원)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액은 3500억 원으로 AMPC를 제외하면 2940억 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