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가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시됐다. 사진은 딥시크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중국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가 비용 및 에너지 효율성에 장점을 앞세워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대중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고사양 반도체 없이도 활용성 높은 인공지능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만큼 다양한 산업에서 로봇 도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포브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휴머노이드 시장이 중국 딥시크 등장에 큰 영향을 받을 만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자율주행차와 더불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될 차세대 산업 영역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챗봇이나 이미지, 영상 생성 등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던 생성형 인공지능이 ‘물리적 AI’로 진화하며 실제 생활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기관 맨그룹의 스티븐 데스마이터 대표는 포브스에 “딥시크의 도래는 물리적 AI 시장 개막을 알리는 신호”라며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 실제로 구현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기계가 사람의 동작과 행동을 모방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고 배터리와 발열 등 기술적 문제, 높은 개발비와 제조비용 등 경제성도 약점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스마이터 대표는 저비용 개발과 에너지 효율성을 전면에 앞세운 딥시크가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딥시크 인공지능 모델은 오픈AI ‘챗GPT’를 비롯한 주요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5% 안팎에 불과한 비용을 들여 개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딥시크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등 부품과 개발 원가를 낮추고 전력 소모량을 대폭 줄인다면 실제 상용화에 더 가까워질 공산이 크다.
데스마이스터 대표는 “딥시크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량의 엔비디아 반도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시사점을 남겼다”며 “이는 엔비디아에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공지능 로봇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양강체제로 굳어져가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로 이름지은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과 생산을 모두 직접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여러 인공지능 로봇 협력사에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두 기업은 모두 인간형 로봇이 실제 사람의 동작을 학습하고 재현해 제조와 물류, 농업과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이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의 다양한 활용성을 고려한다면 자율주행차보다 더 빠르게 보급되는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딥시크가 엔비디아나 테슬라보다 비용 및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술을 선보이며 대중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시된 셈이다.
데스마이스터 대표는 보급형 휴머노이드 출시 확대가 이른 시일에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딥시크를 서둘러 도입하며 로봇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국영기업인 체리자동차는 자체 개발하는 로봇 플랫폼에 딥시크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휴머노이드 개발사 유비테크도 인공지능 학습에 딥시크를 쓰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여러 국가 기업에서 정보 유출을 우려해 딥시크 사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흐름과 상반된다.
결국 엔비디아나 테슬라, 또는 제3의 기업이 딥시크에 대응할 만큼 비용과 전력 효율성이 높은 인공지능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한다면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등 다른 분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딥시크의 기술력이 아직 온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실제 투자 비용이나 성능 경쟁력에 회의론도 제기되는 만큼 이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다만 차세대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 중국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흐름은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딥시크는 인공지능 시장에 분명한 ‘게임체인저’일 수 있다”며 “물리적 인공지능 시장에서 국가 간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