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항공기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김포공항 진에어 탑승 수속대에 마련된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 팻말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항공기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보조배터리 절연테이프 부착과 투명 비닐봉투 보관 등이 발화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일 관련 업계와 정부부처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의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제 대책이 비행기 화재 예방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3일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소지에 대한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오는 3월1일부터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등은 기내 머리 위 수하물 선반에 보관할 수 없으며, 투명한 비닐봉지나 보호 파우치에 넣어야 한다.
특히 배터리 단자는 덮개나 절연테이프로 가려야 하고, 이를 기내 좌석 앞 수납공간이나 옷 주머니에 보관해야 한다.
보조배터리는 용량이 100Wh 이하일 경우, 최대 5개까지만 반입할 수 있다.
100Wh를 초과하는 보조배터리는 항공사 승인을 받아야 하며, 160Wh를 초과하는 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금지된다.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를 충전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연합뉴스> |
이번 국토부 대책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보조배터리 안전 규제는 발화 제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해외에서도 이런 규제 사례가 없어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에 열이나 압력, 충격을 가하거나 과충전 상태가 됐을 때 과충전방지회로가 손상을 입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저렴한 보조배터리는 과충전방지회로가 없는 제품도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배터리를 눈에 보이는 데 두고 화재 뒤 사후 조치를 취하려고 하기보다는 저품질 보조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그는 “승객이 기내 반입할 수 있는 배터리 수와 규격을 제한하고,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책”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형배터리는 최대 5개, 중형배터리는 2개까지 기내 반입이 허용한다.
그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이 충분히 담긴 침수조를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내로 반입하는 보조배터리 개수 제한이 현실적 대안이며, 장기적으로는 제조 단계에서 배터리 품질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보조배터리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증하는 제도 도입을 국토부에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부의 이번 조치가 상당히 효율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김연명 한서대학교 항공산업공학과 교수. <연합뉴스> |
김연명 한서대학교 항공산업공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보조배터리가 화재 발생의 요인이 된다면 보이는 곳에 두고 타는 것이 맞다"며 "비행기 관련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불편함이 있더라도 양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조배터리가 반입금지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공항공사 보안검색대에서 거르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화재 원인이 빈번하게 되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항공사나 승무원이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완전하고 미흡한 조치라도 화재 발생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항공기 이용자들도 정부의 기내 보조배터리 규제 대책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여행카페의 한 이용자는 "보조배터리 문제로 심사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며 "번거로운 일이 늘었다"고 이번 정부 규제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비해 같은 카페의 다른 이용자는 "강화된 규제로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니 목적지에 따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이번 대책에 수긍하는 의견을 표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