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중국에 치이고 트럼프 관세 펀치까지, 철강 25% 관세에 미국 현지생산 검토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2-10 15: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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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공장 건설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은 그간 미국 수입 쿼터제를 적용받아 ‘무관세’ 적용 물량만큼만 미국에 수출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쿼터 물량에도 25% 관세 부과를 선언함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중국산 저가 철강 '범람'으로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국내 철강 업계의 가격경쟁력이 더 약화할 우려가 높아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에 25% 수입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내셔널풋볼리그 결승전 '슈퍼볼' 행사에 참여한 모습. <연합뉴스>
10일 철강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철강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수입관세 25% 부과 계획에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행정명령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관세 정책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한국산 철강 수입 쿼터제 시행에 따라 국내 철강 기업들은 미국 수출량이 크게 감소했는데, 이번에 추가 관세까지 부과되면 이중으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산 철강을 쿼터제 대상 품목으로 포함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은 2018년 이후 연간 263만 톤만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쿼터제 실시 전 연평균 340만 톤 수준에서 쿼터제 실시 후 연 250만 톤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수출량은 254만8천 톤이다. 이는 △캐나다 595만 톤(비중 22.7%) △브라질 408만 톤(15.6%) △멕시코 319만 톤(12.2%)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1일부터 부과하려다가 3월1일로 한 달 연기한 25% 보편 관세 부과 여부도 철강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멕시코에 차량용 강판(CGL) 공장, 현대제철은 가공센터(SSC)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수입관세 부과에 따라 국내 철강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국내 철강업계는 그동안 미국 현지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해왔는데, 이번 트럼프 관세 부과 조치로 공장 투자 계획을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미국 내 철강 상공정(철강석으로 고로에서 선철을 생산하거나 철스크랩을 원료로 중간재를 생산하는 공정) 투자를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상공정 투자는 다양한 옵션을 놓고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미주 지역 자동차 강판 공급을 위해 미국에 철강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는 미국 남부에 위치한 주정부들과 공장 건설 투자 인센티브 등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현지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을 인근에 위치한 조지아주 현대차·기아 공장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지난해 4분기 준공했다. 연 24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곳은 미국 현대차법인과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전기차용 강판을 공급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철사의 주요 고객사인 국내 주요 제조업 기업들이 미국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어, 국내 철강 기업로서는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 강도가 심해진다면 직접 진출까지도 고려 할 수밖에 없다"고 밀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