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야심차게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당 내홍 등으로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서둘러 당 내홍 등 '잡음'을 가라앉히지 못한다면 대선 행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지지세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당 내홍 수습보다 대선 출마 준비에 열중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6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대사를 치르려면 자기 울타리부터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근데 지금 뭐 하는 난리인지, 대선 가도에 스스로 재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의 진단은 개혁신당 내홍 사태를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다. 현재 개혁신당은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와 천하람 원내의원가 각각 따로 지도부를 구성한 '이중 권력' 상태에 빠져있다.
이준석계 세력이 지난달 24일 당원소환 투표를 통해 허은아 당대표의 퇴진을 결정했지만, 허 전 대표는 같은 날 곧장 서울남부지법에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날 현재까지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당 내홍은 허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김철근 당시 당 사무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촉발됐다. 두 달이 지나도록 수습은커녕 양측 간 진실 공방과 감정싸움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급기야 허 대표 측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준석·천하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하는 사태로 접어들었다.
이 의원은 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의 왼쪽과 오른쪽 경쟁은 무의미해졌는데 철 지난 노래를 엇박자로 부르는 두 세력을 과거로 남겨두고, 우리는 미래의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 나설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선이 있다면 저는 그 안에서 역할을 하려 한다. 제가 나이가 올해 마흔이 됐다"고 말했다. 1985년 3월생으로 현재 만 39세인 이 의원은 한 달 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만 40세'가 된다.
이 의원은 이날 40대에 국가지도자가 된 존 F. 케네디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이와 같은 반열에 올렸다.
이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을 두고 여론의 눈길을 돌리려 한다는 분석이 곧바로 나왔다. 그는 당무를 거부하고 다른 '이벤트'로 정국을 돌파하는 데 성공한 적이 몇 차례 있다.
이 의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된 뒤 "친윤계가 당대표인 자신을 패싱하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한 이른바 '당무 거부사건'을 벌였다.
2019년 4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에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당무 보이콧'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이번에도 당 내홍 해결이라는 핵심 당무에 거리를 두며 대선 출마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행보는 성공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예전에는 홀홀단신으로 가벼운 몸놀림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국민의힘 당 대표까지 지낸 중량급 인사가 됐기 때문이다. 무리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인규 변호사는 1월13일 YTN라디오 '뉴스FM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에서 "대권을 아마 꿈꾼다고 하는데 국민들께서는 당내 리더십도 잘 관리를 못하는데 어떻게 더 큰 책임을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비판 지점을 이제는 극복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세대교체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개혁신당 새 지도부가 허 전 대표를 쫓아내는 과정을 두고 이 의원이 2022년 8월 국민의힘 대표에서 축출될 때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허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6일 BBS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서 "당사자의 위치만 바뀌었다"며 "그때는 이준석이 억울한 피해자이고 정당 민주화를 부르짖는 그런 민주화 투사라고 본다면, 지금 이준석은 윤석열 같은 쿠데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당권을 뺏고 당의 돈을 먹으려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3년 전 윤석열과 똑같다"며 "젊은 윤석열, 제2의 윤석열의 당내 친위 쿠데타"라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