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국내 배터리(2차전지) 업체들도 영향권에 들면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2024년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소위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에게 위기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싹트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사이 관세 전쟁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관련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나 LFP배터리 분야에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 현재 상황에서 투자가 지연된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라며 “현재 업계 상황이 어렵지만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분야 등에 투자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희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전문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트럼프 2기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의 대중국 정책 변화 가능성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은 한국의 배터리 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으며 우리 기업이 중국기업이 배제된 미국 시장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ESS는 LFP배터리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우리 기업이 LFP 양산을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중국 경쟁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그 공간을 우리가 파고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24년에 2023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각각 61.29%, 77.76% 급감했다. 비상장사인 SK온은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좋지 못한 시장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배터리 업체를 향한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수 LG에너지솔루션 담당은 4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국회에서 열린 직접환급제 관련 토론회에서 “현재 배터리 업계는 회사채 차입을 통해 투자비를 마련하고 있다”며 “배터리 산업은 적기 지원이 이뤄지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와 정부에서는 관련 논의가 다각다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직접환급제 논의가 꼽힌다. 신영대 민주당은 의원은 4일 관련 토론회를 열는 등 논의 확산의 밑불을 넣고 있다.
직접환급제는 기업들이 투자에 사용한 자금 등을 세액공제 받을 때,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기존 제도는 공제액을 법인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시장 침체로 이익이 급감한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셈이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의원은 직접환급제 토론회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비교해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라며 “지금 이 시기에 투자를 놓치면 판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정부의 세수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문건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 과장은 직접환급제를 두고 “세액공제와 직접환급은 행정적으로 바라보면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환급형 세액 공제의 본질은 ‘보조금’이기 떄문에 재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상황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은행에 34조 원 이상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마련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