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2-06 15: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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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올해까지 7년 연속 도시정비시장 1위 등극하기 위해 지금껏 강점을 보인 광역시뿐 아니라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특히 온힘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는 올해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조 단위의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예정돼 있어서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주택전문가로서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올해 서울 도시정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이 수의계약으로 가닥이 잡히며 6개월여 만에 시공사 선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2220번지 일대 망미주공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 45층, 모두 2995세대 규모로 다시 짓는 공사다.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총공사비가 최대 1조5천억 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되고 입지 측면에서도 남쪽으로 광안대교, 동쪽으로 수영강과 센텀시티, 서쪽으로 배산 조망을 갖추는 등 랜드마크 효과까지 기대되는 우량 사업장이다.
연산5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9월 첫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참여 건설사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된 뒤 몇몇 입찰참여 자격과 함께 ‘2개사 이내 공동도급’을 입찰방법으로 허용하면서 새 공고를 냈다.
새 공고도 두 차례 모두 유찰됐다. 다만 조합은 3일 열린 두 번째 입찰 현장설명회에 유일하게 참여한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하고 3월 안에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수주에 공을 들였던 현대건설은 이 대표 체제에서도 광역시에서 수천억 원 이상의 시공권 확보를 눈앞에 두게 됐다.
현대건설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1위를 차지하는 데는 지방 광역시의 대형 사업장이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연간 도시정비 9조 원의 수주실적을 돌파했던 2022년(9조3395억 원)에 그해 규모가 가장 컸던 광주 광천동 재개발사업(1조7660억 원)을 비롯해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1조2766억 원),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8872억 원), 부산 서금사6구역 재개발사업(8398억 원) 등을 따내며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도 대전 도마·변동16구역 재개발사업(7057억 원),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7197억 원) 등 7천억 원대 광역시 물량을 수주했다.
다만 올해 이 대표가 도시정비 왕좌 연속 기록을 7년으로 늘리기 위한 관건은 결국 서울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압구정 재건축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지구 등 대형건설사 사이 치열한 각축전이 점쳐지는 핵심 사업장들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상 총공사비가 6조 원에 이르는 압구정3구역 등 압구정과 성수에서는 건설사가 서울에서도 단일 사업별로 조 단위의 수주를 단번에 확보할 물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도 연초 1조5천억 원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패배를 딛고 다시 업계 1위를 노릴 기회인 셈이다.
우선 이 대표는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 수주로 반등의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185번지 일대 지하 5층~지상 35층, 공동주택 2698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공사다. 예정 총공사비가 1조5140억 원에 이르며 3월12일 입찰을 마감한다.
이 사업은 1월21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모두 10개 기업이 참여하면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미 개포주공아파트 가운데 2개(1단지, 3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단지를 세운 만큼 수주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 뒤이어 시공사를 선정하는 점 때문에 이 사업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리턴 매치’가 성사할지도 업계에서 주목도가 매우 높기도 하다.
▲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 조감도. <서울시>
이 대표에게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을 시작으로 한 서울 도시정비사업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임기 첫해인 올해 도시정비 최강자 자리를 지키는 데 경쟁사의 도전이 여느 때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업계 전반에 자리잡은 수의계약 기조를 벗어나 한남4구역에서 보였듯 출혈도 감수하는 대형 수주전을 마주할 가능성도 나온다.
올해 현대건설을 위협할 만한 후보로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꼽힌다. 현재 서울에서 차지하고 있는 주택 브랜드의 입지를 논할 때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및 힐스테이트와 함께 첫 손에 꼽히는 ‘래미안’과 ‘자이’다.
삼성물산은 이 대표의 데뷔전이었던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패배를 선사하면서 동시에 1조5천억 원의 마수걸이 수주로 한 걸음 나아간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전날 입찰을 마감한 예정 총공사비 1조310억 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에도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 이외에도 잠실우성아파트(잠실우성1·2·3차) 재건축사업까지 다수의 수주를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서울 중랑구 중화동 중화5구역 공공재개발사업(6498억 원)과 부산 수영구 수영동 수영1구역 재개발사업(6374억 원)에 이어 6275억 원 규모의 서울 관악구 봉천동 봉천제1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조만간 1조9147억 원의 수주를 확보하는 수치다.
GS건설은 삼성물산이 관심을 보이는 잠실우성1·2·3차 재건축사업에 먼저 수주 의욕을 나타냈다. 이 사업 공사비는 1조6934억 원으로 GS건설은 지난해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었다.
GS건설은 2022년 현대건설이 9조 원 이상의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기록을 쓸 때도 7조 원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며 현대건설을 위협하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각각 디에이치를 내세운 현대건설을 서울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꺾은 경험도 있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1월4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찾은 모습. <현대건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추이 및 결과는 현대건설이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리더십 측면에서 이 대표의 자존심이 달려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 레이스에서 두각을 보이는 두 건설사의 수장과 비교했을 때 유일한 ‘주택전문가’로 꼽힌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입사 뒤 여러 해외 현장을 거치며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대표로 오르기 직전 플랜트사업부장을 역임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재계의 젊은 오너경영인들과 같이 신사업분야에 집중해 경영능력을 입증한 뒤 수장에 올랐다.
반면 이 대표는 국내현장 소장(힐스테이트 리버시티), 주택사업본부 건축주택지원실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주택통’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이 쌓아온 도시정비사업 성과에는 이 대표가 주택사업본부 소속으로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 셈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과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 수주 참여에 우선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