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백스가 5일 국내 출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디봇 X8 프로 옴니’.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로봇청소기 제조사들이 ‘신기술’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에코백스는 세계 최초로 ‘물걸레 실시간 자동세척’ 기능을 탑재한 로봇청소기를 국내 출시했다.
로보락도 팔이 달린 로봇청소기 ‘사로스 Z70’을 올해 상반기 내 국내 출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들이 뒤늦게 진공+물걸레청소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중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 격차를 줄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로봇 가전기업 에코백스는 5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호텔에서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고 ‘오즈모 롤러’ 자동세척 물걸레 기술이 적용된 로봇청소기 ‘디봇 X8 프로 옴니’를 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디봇 X8 프로 옴니는 기기 자체에 오배수통이 탑재돼 있어 물걸레 청소를 하면서도 걸레 세척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에는 청소 도중 걸레가 더러워지면 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세척한 뒤 다시 청소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16개 청정수 노즐을 통해 롤러에 지속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면서 자동 세척해 교차 오염이나 세균 번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자동 물걸레 리프팅 기능으로 카펫이 젖는 것도 방지한다.
▲ 에코백스 ‘디봇 X8 프로 옴니’ 윗면과 뒷면.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 출시 가격은 139만 원(기본모델)부터다.
회사 측은 “디봇 X8 프로 옴니는 인공지능(AI) 반복 물걸레 청소로 눌어붙은 얼룩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며 “트루엣지 2.0 적응형 모서리 청소 기술을 도입해 가장자리와 모서리 청소 문제도 말끔히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첸 최고경영자(CEO)는 “디봇 X8 프로 옴니는 지난해 중국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43% 점유율을 달성했다”며 “한국 소비자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감안, 중국 외 국가 중 한국에 처음으로 디봇 X8 프로 옴니를 출시한다”고 말했다.
샤오미, 로보락 등 에코백스 외 중국 기업들도 신기술을 탑재한 2세대 올인원 로봇청소기 제품을 곧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로보락은 팔이 달린 로봇청소기 ‘사로스 Z70’을 올해 상반기 내에 한국에서 공식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로스 Z70은 양말이나 수건 등 청소 도중 방해가 되는 최대 300g 이하의 가벼운 물건을 들어 옮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한 샤오미도 오는 22일 74만9천 원에 로봇청소기 ‘샤오미 X20 맥스’를 출시한다. X20 맥스는 올인원 제품으로, 자동으로 먼지를 수거하고 55도 온수 물걸레 세척, 열풍 건조 등의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159만 원)’, LG전자의 ‘로보킹 AI 올인원(199만 원)’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은 셈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42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2021년 2100억 원 규모에서 2년 만에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10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도 141% 증가했다.
▲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에코백스의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2024년 로보락, 에코백스,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은 67%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도 지난해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뒤따라가기 시작했지만, 가성비나 기술력 측면에서 아직 중국 업체들과 격차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로봇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당분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제품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보락은 매년 매출의 7%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에코백스는 자체 칩·센서·소프트웨어를 구축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더 벌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논란이 됐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해킹을 당한 에코백스 로봇청소기가 소비자를 향해 욕설을 해 보안 취약성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졌다.
첸 에코백스 CEO는 “지난해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암호화 관련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고, 보안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며 “에코백스는 그동안 축적한 로봇청소기 시스템 노하우가 많은 만큼, 경쟁사와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