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대건설은 2020년 올해와 똑같이 연초 디에이치를 내세운 수주전에서 얻은 패배에도 대형 도시정비사업을 잇달아 따내며 연간 신규수주 1위에 오른 경험이 있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모습. <현대건설>
이 대표가 임기 초 의지를 다졌던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 불발을 딛고 앞으로 나올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을 따내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연산4구역 재건축정비사업(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조합은 오는 2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연산5구역 재건축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2220번지 일대 망미주공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 45층, 2995세대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연산5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7월부터 세 차례 시공사를 찾기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건설사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연산5구역 재건축조합 측에 입찰 조건을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조합에선 입찰보증금을 100억 원 낮추고 건설사 2곳까지 컨소시엄 입찰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이번 4차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자체 운영하는 정비사업 전문콘텐츠 플랫폼 매거진H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연산 등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수주에 오랫동안 공들여왔다.
연산4구역은 우수한 환경 입지, ‘초중품아(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 지하철 3호선 망미역과 도보로 5분 거리 등의 요소들이 장점으로 꼽힌다.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함께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차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지역건설업체 동원개발이 참석했다.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공사비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더라도 최소 5천억 원 안팎의 대규모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이한우 대표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이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의 맞대결로 시장의 이목을 끈 서울 용산구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삼성물산에 밀려 시공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한우 대표는 지난 3일 대표이사 선임 이틑 날인 4일 곧바로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찾아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강한 수주 의지를 내보였다.
다만 대표이사로서 도시정비사업 수주 데뷔전이었던 한남4구역에서 박빙이라는 애초 예상과 다르게 다소 큰 격차로 수주전에서 패배를 맛봤다.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합원으로부터 335표를, 삼성물산은 675표를 얻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아쉬운 출발을 맞이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9일 경기 성남시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중2구역 재개발사업)으로 마수걸이 수주를 따낸 이후 3월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와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두 달 만에 2조3천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낸 포스코이앤씨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업계 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양아파트에서 기선을 제압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1위, 포스코이앤씨는 2위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건설업계 최상위권 업체 사이 경쟁에서 정반대로 한 해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주택사업본부장을 거친 이 대표 체제에서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 1위 자리를 올해도 지키기 위해 힘쓸 것이란 예측이 많다. 현대건설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도시정비 수주 1위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그간 유지한 도시정비 강자 입지를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적극적으로 내세울 만큼 도시정비사업 업계 1위 자리는 미래 수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규모를 키워가고 있어 올해 도시정비 1위 자리를 노릴만한 건설사로 꼽힌다.
이한우 대표는 의욕적으로 나섰던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 불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현대건설이 2020년 당시 보였던 성과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수주전에서의 쓴맛을 본 뒤 대형 수주전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올해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은 2020년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현대건설은 2020년 1월18일 열린 서울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228표를 얻어 510표를 얻은 GS건설에 밀렸다.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은 공사비가 3419억 원으로 한남4구역과 비교해 작지만 한강변에 가까운 입지 덕에 당시 서울 강북권 핵심 도시정비사업지로 여겨졌다.
당시 현대건설도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에 강북권 최초로 디에이치를 내세우며 수주 의지를 불태웠지만 수주전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로 나선 수주전에서 시공사로 선정되지 못한 것은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과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단 2곳 뿐이다.
이 대표가 올해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2020년과 닮은 한 해를 만들 수 있다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내준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다.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디에이치 한남) 조감도.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2020년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 수주전 패배를 딛고 2020년 6월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불린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획득했다.
현대건설은 당시 예정 공사비 1조8881억 원에 이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통해 한남뉴타운 전체에서 첫 깃발을 꽂았고 기세를 이어 그해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5조5499억 원으로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올해 현대건설은 2020년처럼 연초부터 패배를 안긴 삼성물산에 복수할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나온다.
서울 핵심 사업지에서 대형건설사 모두가 군침을 흘릴만한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예정 공사비 1조5140억 원 규모의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이 꼽힌다. 이 사업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185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35층, 2698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개포주공아파트 단지 가운데 1단지(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와 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를 재건축한 만큼 6·7단지 시공권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물산도 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재건축한 경험이 있는 만큼 6·7단지에 높은 관심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모두 6개 구역, 1만466세대로 이뤄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건축사업과 4개 지구, 9428세대 규모로 지어질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다시 시공권을 다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압구정 아파트지구에서는 지난해 11월 정비계획안이 서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이 올해 안에 시공사를 찾을 후보사업지로 점쳐진다. 모두 각각 1조 원을 뛰어넘는 공사비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현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에 힘을 쏟고 압구정 아파트지구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3구역 재건축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물밑작업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