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해외건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지난해에는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 들지 못했다.
다만 정 회장의 노력에 따른 성과가 올해 들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건설 개척을 위한 발걸음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오른쪽 세 번째)가 현지시각으로 24일 인도 비하르 교량 건설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대우건설> |
1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실적 추정치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4천억 원, 영업이익 3500억 원이다. 2023년보다 매출은 10%가량, 영업이익은 50%가량 감소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에 더욱 뼈아픈 부분은 건설사의 미래 실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규 수주도 부진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에 9조5천억 원가량 신규 수주를 따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보다 25% 이상 줄어든 성적이다.
특히 지난해 해외에서의 수주는 5천억 원을 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이 세운 목표치인 3조 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 회장이 “해외에 답이 있다”며 분주하게 세계 각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운 성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정 회장이 받아 든 아쉬운 해외건설 수주의 성적은 대규모 수주 계약의 체결 시점이 미뤄지면서 해를 넘긴 데 따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대우건설이 올해 수주를 눈앞에 둔 대표적 대형 계약으로는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 중인 체코 원전 사업이 꼽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기업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지난해 7월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두코바니, 테멜린 등에 원전을 건설하는 24조 원 규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체코 원전 사업의 본계약 시기가 올해 3월로 넘어가면서 대우건설은 지난해 실적으로 원전 사업의 수주 성과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밖에 1조 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계약, 1조8천억 규모의 이라크 알포(Al Faw) 해군기지 사업, 1조 원 규모의 리비아 인프라 재건 사업 등이 올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서는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이 현지에서 투자승인을 받으면서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은 대우건설이 스타레이크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2035년까지 3억9천만 달러(약 5684억 원)가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대우건설로서는 다수 해외건설 수주의 성과를 당장 실적에 반영해 넣을 수는 없으나 장기적으로 실적 상승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 주가 흐름의 반전을 위해서는 투르크메니스탄, 리비아, 이라크 등 성장 동력의 한 축인 해외건설 수주를 비롯해 체코 원전 수주 성과의 가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가시화하는 만큼 신시장 개척을 지속하는데 더욱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과 인척 관계인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우건설 경영을 맡은 점도 해외시장 개척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대우건설 총괄부사장을 맡았을 때부터 정 회장과 함께 주요 해외 현장을 방문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을 맞춰왔다.
대우건설은 북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3대 권역을 중심으로 개발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전략 지역 외에도 인도와 같은 신시장 개척도 더욱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는 지난해 11월 인도 비하르 교량 건설현장을 방문해 “대우건설의 미래는 해외이고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의 임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