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1-14 14: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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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가 브랜드들의 백화점 입점 관문으로 자리하며 패션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나가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이사의 입지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국내 패션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백화점 입점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무신사에서 먼저 성공한 브랜드가 백화점으로 진출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더 나아가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백화점 이상의 ‘최종 목적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이사가 그리는 ‘패션 생태계 구축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유통업계에서는 무신사가 패션 브랜드들의 ‘성공 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최근 몇 년간 백화점에 입점한 신규 브랜드들을 보면 상당수가 무신사 플랫폼에서 먼저 성장한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커렌트, 아더에러, 마르디메크르디, 5252바이오아이오아이 등은 무신사 랭킹 상위권에서 인기를 얻은 뒤 백화점 입점까지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과거 브랜드 성장의 필수 관문은 단연 백화점 입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 성공 → 성수·한남 단독 매장 개장 → 백화점 입점’이라는 소위 ‘무신사 코스’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는 단순한 판매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를 키우는 생태계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무신사 랭킹에서 주목받은 브랜드는 백화점에서 먼저 입점 제안을 받을 정도로 무신사 랭킹은 상업적 성공을 보증하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무신사가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앞으로 브랜드들이 백화점 대신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을 최종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무신사는 홍대점, 대구점, 성수점 등 '무신사 스토어'를 총 3곳 운영하고 있다. 성수역 인근에 약 2천 평 규모의 대형 매장 건설도 예정돼 있다.
▲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가며 브랜드들의 입점 요청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무신사 스토어 대구점. <무신사>
무신사 스토어는 기존 전통적 매장과 달리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브랜드 스토리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체험형 공간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이는 기존 백화점 입점 구조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매장이 브랜드 스토리를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경우 백화점보다 더 주도적으로 소비자와 연결되는 채널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입점 구조 한계 역시 무신사 매장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 입점 구조는 높은 수수료와 제한적인 운영 방식으로 특히 신생 브랜드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백화점은 통상 매출의 약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며 일부 백화점에서는 인테리어 비용이나 프로모션 비용까지 브랜드가 부담해야 한다.
이와 비교해 무신사 스토어는 수수료 부담이 훨씬 적어 비용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은 상품 진열 방식이나 매장 내 이벤트 운영에 대해 세세한 규제가 많아 브랜드가 자유롭게 매장을 운영하거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무신사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더 유연한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는 브랜드별 팝업 공간을 마련하거나 한정판 제품과 이벤트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존 백화점처럼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브랜드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협업형 매장 운영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무신사의 업계 영향력이 커지면서 조만호 대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아닌 패션 생태계 전반을 장악할 전략가라는 평가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무신사의 행보를 종합해보면 조 대표가 구상하는 청사진은 무신사를 패션 브랜드의 성장 전 과정을 아우르는 생태계 허브로 만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플랫폼에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을 넘어 브랜드 초기 발굴부터 기획, 판매, 오프라인 확장까지 모든 과정을 연결하는 ‘패션 풀 스택 플랫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된다.
실제 조 대표는 2018년 설립한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유망 신생 브랜드에 직접 투자하며 초기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굴한 브랜드는 무신사 스토어에서 상품 기획 및 판매가 이뤄지게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투자·판매·홍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무신사가 더 매력적인 파트너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무신사에서 성공하면 백화점이 알아서 문을 두드린다”고 말할 정도로 무신사의 시장 영향력은 커진 상태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무신사에 약 8천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며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 보유 여부, 룩북 제작, 기획·생산 역량 등의 요소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고객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